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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고시히카리’ 도시락…저녁은 전문가 추천 쌀로 밥지어 - 농민신문
[ 2017-03-13 14:53:45 ]
글쓴이  
관리자
조회수: 11464        
링크 #1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73785&subMenu=dsearch&key , Hit: 9374

점심은 ‘고시히카리’ 도시락…저녁은 전문가 추천 쌀로 밥지어

일본 젊은층에 부는 쌀소비 문화

젊은 트렌드 선도하는 쌀가게
고급 쌀로 도시락 만들어 판매직접 먹어본 쌀 구매로 이어져
즉석 도정 후 보관방법도 제공 “요리해 먹는게 건강” 인식 변화

되살아나는 쌀선물 문화
300~450g 단위 가볍고 예쁜 큐브형 진공포장쌀 선풍적 인기
귀한 음식 함께 나누는 전통 부활 ‘화이트데이’ 연인 선물로도 활용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쌀소비량이 매년 줄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주식용 쌀은 무려 연간 약 8만t씩 감소하는 추세다. 소비자의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밥 대신 빵이나 면을 찾는 사람이 늘어서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신만을 위한 쌀과 쌀밥’을 찾거나 ‘쌀을 선물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현지 취재를 통해 새로운 쌀소비 트렌드를 점검해봤다.


 ◆쌀가게의 변신=3월3일 금요일, 일본 도쿄(東京) 주오구(中央區)의 니혼바시를 찾았다. 도쿄 중심가인 그곳에 독특한 쌀가게 ‘우오누마 츠바리야(魚沼 津張屋)’가 있어서다.

 점심시간인 12시쯤 가게에 들어서자 주먹밥과 도시락을 사 가는 직장여성들이 많았다. 이곳은 쌀가게인 동시에 레스토랑업체와 컬래버레이션(공동작업)한 유기농 도시락전문점이다. 매장 직원은 “일반 식당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우오누마의 최고급 쌀로 밥을 지어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우오누마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고시히카리> 생산지인데, 가게에 쌀을 공급하는 오시마 토모미씨는 우오누마에서 집안 대대로 200년 이상 쌀농사를 짓고 있다.

 4개 품종의 고급 쌀로 도시락을 만들어 파는 이유는 최고의 쌀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고급 쌀은 일반 소비자가 쉽게 사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단 주먹밥을 통해 밥맛을 보면 실제 쌀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직장여성 스즈키 나오코씨(31)는 “도시락을 먹어보고 맛있는 쌀은 직접 사 먹거나 주변에 선물한다”고 말했다. 매장에서는 2㎏·5㎏들이뿐만 아니라 밥 한공기 분량인 150g들이 선물용 쌀도 판매하는데 반응이 좋다.

 ‘우노누마 츠바리야’를 나와 유명 백화점들과 명품 매장들이 밀집한 긴자로 이동했다. 요즘 도쿄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숍으로 유명한 쌀가게 ‘아코메야(AKOMEYA)’에 들렀다. 퇴근 시간대에 찾은 가게에는 젊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쌀을 사러 온 정장 차림의 20~30대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잡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곳을 알게 됐다는 나가타 사토시씨(29)도 그중 한명. 그는 “밥 소믈리에의 추천을 받아 쌀을 살 수 있어 좋다”며 “새로운 밥맛을 알아가는 기쁨에 빠졌다”고 말했다.

 ‘아코메야’에서 쌀을 판매하는 방식은 한국과 다르다. 고객이 원하는 밥이 어떤 스타일인지 말하면 밥 소믈리에가 적합한 쌀을 가격대에 맞춰 추천하는 식이다. 진열대에는 모두 현미만 있는데 고객이 쌀을 고르면 취향에 맞춰 즉석에서 도정해준다. 현미나 백미뿐 아니라 3·5·7분 도정도 가능하다.

 직원은 도정한 정도에 따라 밥 짓는 방법이 달라진다며 물의 양과 불리는 시간도 상세히 설명해준다. 심지어 쌀을 보관하는 기간과 온도까지 가르쳐준다. 이 점이 요리에 낯선 젊은 남성 고객까지 사로잡은 비결이다.

 눈여겨볼 점은 판매하는 쌀의 양이다. ‘아코메야’는 쌀을 배송시키는 고객에게도 대량으로 판매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달 안에 다 먹을 수 있는 양만큼만 구매할 것을 권한다. 1인가구에는 주로 1~2㎏을 추천한다. 밥을 매일 먹지 않는 젊은층의 식습관을 고려한 결과다. 이런 세심한 판매전략 덕분인지 1㎏ 기준 2000엔(한화 약 2만원)이 넘는 고가의 쌀도 잘 팔리며, 2㎏ 상품을 정기 배송시키는 단골들도 많다.

 이런 쌀가게들에서 특정 품종의 쌀을 구매하는 젊은 소비자의 심리는 무엇일까. 타나카 유스케 미디어서프 부대표는 “요즘 어떤 쌀을 사서 어떻게 밥을 지어 먹는지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면서 “직접 요리를 해 먹는 게 건강하고, 더 의미 있는 삶의 방식이라는 인식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도심 속 농산물 직거래장터인 아오야마 파머스마켓을 이끄는 그는 “젊은층의 쌀소비 트렌드가 변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고 덧붙였다.


 ◆쌀을 선물하는 문화=일본의 쌀업계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트렌드 변화에 맞춰 다양한 쌀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단연 인기가 높은 제품은 큐브형으로 진공포장된 선물용 쌀이다. 주로 300g이나 450g이라서 무겁지 않고 디자인도 예뻐 작지만 정성이 담긴 선물을 하려는 사람들이나 관광객이 구매한다.

 신주쿠의 이세탄백화점에 입점한 ‘키쿠타야 미곡점(菊太屋 米穀店)’에서는 다양한 의미를 부여해 온갖 ‘데이(day)용’ 선물로도 활용하고 있었다. 쌀 300g이 2공기 분량인 점에 착안해 화이트데이 선물용 쌀을 ‘연인과 함께 밥 먹자’라는 문구로 광고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날, 아버지의 날에는 효도의 의미를 넣고, 새해에는 좋은 쌀로 건강을 기원한다는 내용을 담는 식이다.

 쌀은 답례품으로도
쓰인다. 일본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주변에서 많은 선물을 받는다. 그러면 받은 선물의 약 35~50% 정도 금액을 답례품으로 보내는 풍습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답례품이 ‘아기 쌀’이다. 아기 얼굴이 프린팅된 쌀 포장지에, 아기가 태어났을 때 체중만큼의 쌀을 담아 선물하는 것이다.

 반대로 니혼바시의 미츠코시백화점 본점에서는 출산한 여성에게 보내는 쌀 선물세트를 진열해 놓고 주문을 받았다. 과거 일본에는 산모에게 이웃이 귀한 음식인 쌀이나 달걀을 선물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담당 매니저는 “선물용으로 쌀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전통이 되살아난 사례”라고 설명했다.

 발빠르게 선물용 쌀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기업도 있다. 교토의 유명 맛집인 ‘하치다이메기헤이(八代目儀兵衛)’는 다채로운 선물용 쌀을 출시해 전국구 쌀가게로 성장했다. 선물용 쌀이 전체 매출액의 90%를 차지할 정도다.

 일본은 현재 쌀업계만이 아니라 다양한 업종에서도 쌀상품을 판매하는 상황이다. 생활용품 전문점인 ‘무인양품’이나 패션 라이프스타일숍인 ‘살롱아담엣로페’에서도 다양한 선물용 쌀을 살 수 있다. 음식점이나 음료가게에서는 실제로 사용하는 쌀을 상품화해 판매하기도 한다.


 도쿄=윤슬기 기자
sg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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