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중심의 농정’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온 지 10년이 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정의 중심을 생산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야 우리 농산업이 성장한다고 주장해왔다. 소비시장이 성장하면 결국 생산자에게 이득이 된다는 논리로 분명히 타당성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소비자 중심의 농정이고 왜 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소비자 중심 농정의 출발은 ‘소비자들의 소비감성을 까다롭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전까지 농정은 생산자의 생산과 경영역량 강화, 규모화·자동화를 통한 농법의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이제는 농정의 방향이 소비자를 향해야 한다. 단순히 농정을 소비자 트렌드에 맞추는 게 아니라 농정으로 그들의 소비의 양과 질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인구절벽과 경제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양적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 교수는 “한 국가의 산업이 성장하려면 해당 산업이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는 시장의 특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양적 크기보다 질적 수준을 더 중시했다. ‘시장의 소비자가 얼마나 까다로운 소비감성을 가지고 있느냐’가 질적 수준을 결정한다. 소비자가 농식품에 까다로운 소비감성을 갖게 하는 데 우리 농정의 방향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합리적이면서 까다롭지 않은 소비자는 일상재로 저렴한 제품을 주로 산다. 쌀은 어떤가. 쌀에 까다롭지 않은 소비자는 식품안전 문제만 해결되면 그 이후에 가격을 고려한다. 쌀이 일상재화되는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쌀 생산자의 생산전략은 하나로 귀결된다. 어떻게 하면 생산비용을 낮추고 많이 수확할 것인가? 결국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경쟁력이 되고, 소비자의 쌀에 대한 관여도는 더욱 떨어져 쌀은 재미없는 일상재로 전락한다.
반면 까다로운 소비감성을 가진 소비자들은 자신의 입맛과 소비 상황에 맞는 품종의 쌀을 찾는다. 소화가 잘 안되는 부모님을 모시는 며느리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볶음밥을 하려는 주부의 쌀 구매는 다를 수밖에 없다. 까다로운 소비자는 각 상황에 맞는 품종과 지역의 쌀을 먼저 찾는다. 그들에게 가격은 두세번째로 중요한 구매 요인이 된다.
이렇게 되면 생산자의 생산전략은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욕구를 맞출 수 있나 고민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다양하고 세분화된 쌀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은 취향에 맞는 쌀에 5000원 더 내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저렴한 쌀은 박리다매로, 고급 쌀은 프리미엄 가격으로 각자 즐겁게 팔린다는 말이다. 소비자 중심의 농정은 여기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