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서 재현되지 않았으면 하고 고대했던, 수입 농축산물로 물가를 잡으려는 시도가 물가당국에 의해 반복되고 있어 농민들의 실망이 크다. 19일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정부는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태국산 달걀을 수입해 시중에 방출하고 가격이 오른 양파는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면 저율관세할당(TRQ) 잔량을 우선 운용키로 했다. 또 일부 언론은 식탁물가가 치솟아 저소득층의 생계난이 우려된다며 호들갑을 떠는가 하면 ‘과일물가지수 4년 만에 최고’ ‘억누를 길 없는 밥상물가, 어찌하오리까’라는 자극적 제목으로 농축산물 수입을 부추기고 있다.
일부 언론의 지적처럼 서민들과 저소득층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농축산물 가격이 오른 것일까. 지난겨울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영향으로 산란계와 육계가 대거 살처분되면서 닭고기와 달걀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대형 유통매장에서는 1인당 한판으로 달걀 판매를 제한해 불편을 주기도 했다. 또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생산량이 감소한 양파와 마늘 등 양념채소와 수박·포도 등 제철과일도 값이 올랐지만 서민 가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지금 농촌에서는 농민들이 가뭄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모내기를 못한 논 등 피해면적이 1만3000㏊에 달하고, 물이 부족해 영글지 못한 양파와 마늘은 시장에 출하가 불가능할 정도다. 사실상 폐농으로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처지로 몰리고 있다. 또 가뭄과 우박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가 빈번해지면서 영농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크다.
농촌의 심각한 상황은 전혀 감안하지 않은채 농축산물 가격이 올라 서민들의 가계를 압박한다고 농축산물 수입을 늘리겠다는 정부와 이에 부화뇌동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에 농민들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농축산물의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한 근본대책 마련은 정부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농업정책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특별한 자연재해가 없는 한 물가안정을 이유로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기초농산물을 수입하는 사례는 드물다. 외국산 수입을 늘려 물가를 잡는 것은 최악의 대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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