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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호’ 농식품부 출범…농정현안과 과제⑴쌀 수급·가격안정 쌀값 22년 전 수준으로 폭락 올해 산지 쌀값도 ‘폭풍 전야’적정규모 초과 생산·유통 막는 ‘자동시장격리제·생산조정제’ 예산당국 반대 해결해야 가능정부재고 쌀 처리도 대북지원 등 특단책 마련해야 목표가격 인상 방안과 관세율 513% 관철도 과제
농식품 정책의 총괄 책임자로 국회와 중앙·지방정부를 두루 섭렵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취임했다. 김 장관은 18~19대 국회 8년 중 6년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해 농정현안에 밝은 편이다. 하지만 김 장관 앞에 놓인 농업·농촌의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22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쌀값에 농심은 피폐해졌고, 잇따른 악성 가축질병과 만성적인 농축산물 수급불안은 농업의 존립기반마저 흔들고 있다. 김 장관이 풀어야 할 농정과제를 시리즈로 알아본다.
김 장관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짐은 역시 쌀문제다. 정부창고에는 쌀이 가득 쌓여 있고, 정부나 농민 할 것 없이 풍년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수확기 대책=2016년 풍년 여파는 올해 수확기 전망을 어둡게 한다. 6월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들이 한포대에 12만6820원으로 지난해 수확기 12만9807원보다 2.3% 낮다. 1995년 이후 최저치다. 이대로 가면 올가을 쌀시장은 지난해 이상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양정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 장관은 4일 취임식에서 올 수확기 대책으로 ‘자동시장격리제’를 내놨다. 이 제도는 수확기에 앞서 적정 생산량이나 소비량을 산정한 뒤 그 이상의 쌀이 생산되면 초과 물량을 시장에서 자동으로 격리하는 제도다.
시중에 풀릴 쌀이 사전에 결정되기 때문에 풍년이라고 해서 쌀값이 급락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에 예산당국의 반대를 넘어서야 한다는 과제가 뒤따른다.
시기도 중요하다. 2010년 이후 정부는 쌀 수급과잉 때마다 시장격리로 급한 불을 꺼왔다. 한해 공공비축을 제외한 추가격리 물량이 60만t을 웃돈 적도 있다.
그렇지만 시장격리가 늦게 이뤄지면서 격리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자동격리제는 쌀값 안정으로 변동직불금 지급 예산을 줄일 수 있다”며 “임시방편으로 도입할 게 아니라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 수급대책=수확기 대책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문제 해결’이다. 쌀문제를 그대로 뒀다가는 농가소득 악화, 정부예산 과다 투입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쌀 생산량은 추곡수매제가 마지막으로 시행된 2004년 500만t에서 2016년에는 420만t으로 16%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4.5%나 감소했다. 게다가 의무수입쌀이 경기도 전체 쌀 생산량 수준인 40만9000t씩 매년 들어온다. 쌀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식품부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향후 10년간 연평균 24만t의 쌀이 초과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장관은 의원 시절 “구조적인 문제는 생산조정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밝혔다. 논에 벼 대신 콩이나 조사료 같은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1㏊당 300만원가량을 지급하는 제도다. 논 1㏊에서 생산되는 쌀이 5t가량 되기 때문에 24만t의 쌀 생산량을 줄이려면 자연감소분 외에 벼 재배면적을 약 5만㏊ 줄여야 한다.
당장 김 장관으로선 예산당국의 반대를 극복하면서 대체작목의 공급 과잉문제를 사전에 해소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2011년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에 참여한 농지의 40%에 콩이 재배되면서 그해 콩값이 급락했다. ◆재고 소진대책=쌀값을 억누르는 악재 중 하나는 정부재고다. 정부가 가진 쌀은 ▲군·관수용 ▲학교급식용 ▲저소득층 대상의 사회복지용으로 쓰인다. 오래된 쌀은 가공용이나 주정용으로 처분되기도 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국에 산재한 정부양곡창고에는 223만t의 쌀이 쌓여 있다. 유사시를 대비한 적정 비축량 72만t의 세배를 웃돈다. 하지만 정부쌀 판매는 신통치 않다. 2015년 군·관수용 등으로 소비된 쌀은 20만t 남짓에 불과했다. 특히 정부쌀 방출에 대한 우려로 미곡종합처리장(RPC)·정미소 같은 산지 유통업체들이 가을에 햇벼 매입량을 줄일 수 있다.
일단 정부는 가공용과 주정용으로 한정했던 정부쌀의 특별처분 방식에 사료용을 추가했다. 또 최근에는 해외원조에 쌀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쌀 공급과잉 구조가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으론 재고를 털어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북지원과 같은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쌀 직불제 개편=농가소득 보전 장치인 쌀 직불제 개편도 김 장관의 숙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농정공약인 쌀 목표가격 인상과 관련, 김 장관은 “새 목표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 물가상승률 반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산 쌀에 지급해야 했던 변동직불금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보조총액(AMS) 한도 1조4900억원을 넘긴 터라 목표가격 인상 공약의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쌀 직불금의 형평성 논란 역시 김 장관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16년 기준 7㏊ 이상의 대농은 평균 3414만7000원의 직불금을 받았지만, 0.5㏊ 미만 영세농의 평균 수령액은 86만8000원에 불과했다. 격차가 40배에 달한다. 학계에선 영세농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현행 직불제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지만 전업농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지금과 같은 면적비례 방식이 타당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밖에 공공비축용 벼 우선지급금 반환과 밥쌀 수입을 둘러싼 논란의 원활한 해결책을 마련, 우리나라가 WTO에 통보한 쌀 관세율 513% 관철도 김 장관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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