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평균 곡물자급률이 100%를 웃돌고 있지만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를 간신히 넘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농축산물 무역적자 규모는 세계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불명예를 안았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농산물 시장개방 가속화 20여년이 남긴 한국농업의 초라한 성적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통계로 본 세계 속 한국농업’을 통해 한국농업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식량자급률=농경연이 유엔식량농업기구 통계 데이터베이스(FAO STAT)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3개년(2011~2013년) 평균 21.4%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곡물 가운데 80%가량이 수입 농산물인 셈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뒤에서 세번째로,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뒤로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이 있지만 모두 특수한 농업환경을 가진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실제 꼴찌인 셈이다.
세계적인 식량위기의 발생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곡물자급률은 식량안보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사용된다. 전세계의 최근 3개년 평균자급률은 102.5%로 100%를 넘겼고, OECD 회원국의 평균은 95%로 자급 수준에 다다랐다.
특히 호주의 자급률은 312.3%로 가장 높았고, 이어 프랑스도 188.3%를 기록해 식량안보를 든든하게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대국인 미국(118.7%)과 중국(100.4%) 역시 자급률 100%를 훌쩍 넘겼다. 이웃나라 일본의 자급률도 24.2%로 우리나라보다는 상위 수준이다.
노수정 농경연 연구원은 “선진국은 곡물자급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반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감소세에 있다”며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의 차원에서 곡물자급률을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농축산물 무역수지=농경연이 유엔의 세관통계 자료인 유엔 컴트레이드(UN Comtrade)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015년 기준 171억2700만달러를 기록해 세계 다섯번째 농축산물 무역적자국으로 집계됐다.
2010년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다섯손가락 안에 꼽혔다. 연이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값싼 수입 농산물이 물밀듯 들어와 만성적인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국으로 굳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동아시아 3개국 모두 나란히 5대 적자국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의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는 506억4300만달러, 중국은 439억4000만달러로 집계돼 압도적인 적자폭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3위는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340억5700만달러), 4위는 사막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186억7300만달러)였다.
반면 농축산물 무역으로 가장 큰 흑자를 기록한 나라는 브라질(640억55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이어 아르헨티나(310억6200만달러), 네덜란드(274억7000만달러), 태국(177억4400만달러), 호주(172억8600만달러) 순이었다.
계속되는 농축산물 무역수지 악화 속에서도 수출액 규모로 세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효자품목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고추 수출액은 2013년 기준 839만2000달러를 기록해 세계에서 아홉번째를 기록했다. 또 배(5486만9000달러)와 딸기(2855만9000달러)는 각각 11위와 13위에 올랐으며, 배추(839만2000달러)도 18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