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이란 참으로 어려운 영역이다. 오랫동안 함께 산 사람의 입맛을 맞추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전혀 다른 음식문화권에서 살아온 사람의 입맛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농식품을 수출할 때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이 ‘맛’이다. 아무리 우리가 맛있다고 하더라도 상대 수입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맛이 아니면 수출 효과는 금세 사라지고 만다.
얼마 전 미국 국립공원 옐로스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광활한 산속의 매점에서 발견한 우리나라 식품은 참으로 반가웠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맛과 같은 라면도 있고, 국내에서 느끼던 맛과는 전혀 다른 라면도 있었다.
한 제품이 미국을 방문한 한국인이나 교포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다른 제품은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라면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미국인의 맛을 연구해 그들이 좋아하는 형태를 취한 쪽이 더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미국 내 한국인 시장규모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마트에 가면 김치제품을 자주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수출한 것도 있고 현지에서 만들어 파는 제품도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 만드는 제품은 한국인이 아니라 주로 멕시코인이 만든다고 한다. 희한한 일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멕시코인이 우리 김치를 그렇게 잘 알까. 그렇지만 한국인을 고용해 김치를 만들면, ‘김치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관이 개입돼 한국인 입맛에 맞게 만드는 경향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여러 사람이 관여하다보면 김치의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멕시코인은 정해진 매뉴얼대로 김치를 만들기 때문에 설사 맛이 한국인이 만든 것보다 조금 떨어지더라도 항상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식품회사가 미국인이나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영자가 맛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아닌가. 그것은 한국의 경영자가 나서면 안되는 영역이라고 본다. 마치 어린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만들면서 연세가 지긋한 경영자가 맛을 보고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라며 간섭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은 광고를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린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아무리 중요한 광고전략회의를 열어도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일절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회사의 이익 대부분이 광고 수입인데 왜 이렇게 중요한 광고전략회의에 참석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광고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는다”라고 답변을 한 바 있다.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괜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최고경영자라고 모든 문제에 간섭하게 되면 회사가 발전할 수 없다는 지론이다.
외국으로 농식품을 수출하려면 외국인의 입맛을 연구하고 그 맛을 토대로 수출상품을 기획·개발해야 한다. 이런 일은 맛 전문가 또는 현지에서 이러한 문제를 많이 다뤄본 사람이 주도적으로 도맡아 하는 게 맞다. 그래야 농식품 수출이 성공할 수 있다.
또 건강에 좋다는 등 식품의 기능성만을 강조해서는 해외시장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외국인이 한번 맛을 보면, 앞으로도 계속 먹고 싶을 정도의 맛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 이런 일을 해낼 전문가를 양성·확보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또한 맛 전문가의 견해를 존중해야 성공으로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