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찬익 농협경제연구소 농업정책연구실장
미국 농무성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바이오 연료용 옥수수 수요가 가축 사료용 수요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의 옥수수 생산국(전 세계의 40% 수준)이자 최대 옥수수 수출국(전 세계의 50~60% 수준)인 미국에서 바이오 연료용 옥수수 수요가 농업용 수요를 넘는 것은 미국 농업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는 세계 곡물가격의 불안정을 의미하고 있어 우려되는 바가 크다.
세계 곡물시장 불안과 관련하여, 일본 농림중금종합연구소가 3년여의 현지조사를 통해 지난해 발간한 <세계 곡물시장 대전망>(농협경제연구소 번역 발간)을 보면, 두가지 중요한 내용이 제시돼 있다.
첫째는, 2007~2008년에 세계 곡물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린 최대 요인은 미국, 유럽연합(EU) 등지에서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해 곡물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기상이변, 낮은 재고 수준, 투기자금의 유입, 중국의 곡물수요 증가 등의 요인이 영향을 끼치기는 했으나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옥수수 수요가 늘자 옥수수 가격이 뛰었고, 옥수수가 돈이 되자 대두, 밀을 심었던 경작지에도 앞다퉈 옥수수를 심는 바람에 대두, 대두박, 밀의 가격도 덩달아 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2007년 에너지독립 및 안전보장법’ ‘2008년 농업법’ 등으로 바이오연료 사용이 권장 내지 의무화되면서, 미국 내에서 옥수수의 비농업용으로의 사용 증가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둘째로는, 전 세계적으로 농산물에 대한 인식변화가 일어났다는 지적이다. 이는 수요와 공급 모두에서 일어났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곡물이 에너지와 결합하면서 곡물의 기본문제가 ‘과잉’에서 ‘부족’으로 전환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농업생산에 필요한 토지, 물, 비료(인광석) 등 농업자원의 ‘유한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대규모 관개농업에 따른 지하수위의 급격한 저하, 토양침식, 사막화, 중요한 비료인 인광석의 한계성 등이 주목을 받으면서 농산물 자체도 지하광물자원과 같이 ‘유한자원’이라는 인식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두가지 지적은 2007~2008년의 곡물가격 급등 원인과 향후 곡물가격의 불안정 가능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농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농업생산이 증가하여 가격이 안정되겠지만 이전 10년 대비 향후 10년(2011~2020년) 동안에는 곡물가격이 20%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세계 곡물시장에 대한 장기 전망은 기후 등 변수가 많아 어느 기관도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직관적으로 보더라도 장기적으로 세계 식량수급에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시장논리도 중요하지만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 식량자급률을 적극 높여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식량안보는 물론이고 환경보전 등 농업·농촌의 다원적 역할도 제고할 수 있으며, 농가소득을 향상시켜 사회양극화 완화 등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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