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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판기 커피값에도 못 미치는 한국인의 밥값 한국, 곡물자급률 낮고 해외 의존 식량안보 위해 쌀값 보장 힘써야 
한반도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쌀은 약 1만5000년 전의 것으로, 충북 청주에서 발견된 ‘소로리볍씨’다. 소로리볍씨는 야생종과 재배종의 중간형태로 직접 재배한 흔적은 없다. 한반도에서 최초로 재배된 벼는 경기 고양에서 발견된 ‘가와지볍씨’다. 가와지볍씨는 5700년 전의 종자로 밝혀졌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5000년 넘게 쌀을 식량으로 사용해왔다.
우리 민족에게 쌀은 삼국시대를 거쳐 통일신라시대에 주곡이 됐다. 고려시대에는 쌀 증산에 힘을 기울여 쌀을 주식으로 먹는 것이 일반화됐다. 그러나 당시 쌀은 화폐로도 사용될 만큼 생산량이 적어 백성 다수가 쌀밥을 먹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조선시대 중기 이후에야 비로소 더욱 많은 사람들이 쌀로 지은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1970년대 후반 쌀 자급이 이뤄지면서 하얀 쌀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됐다. 우리 민족이 주식인 쌀의 자급을 이루는 데 5000년이란 긴 시간이 걸린 셈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농업을 중시하고 진흥에 노력해온 결과다.
그간 정부와 우리 사회는 ‘경제 발전’과 ‘서민 물가 안정’이라는 미명 아래 농업과 농민의 희생을 강요해왔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도시민 대다수도 쌀값이 오르는 것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었다. 주식인 쌀에 지출하는 가계소비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다. 밥이 중심이었던 한국인의 밥상구조가 역전됐다. 밥 먹는 양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 한사람당 쌀 소비량은 평균 61.9㎏이었다. 하루 쌀 소비량이 공깃밥 두그릇 분량에도 못 미치는 170g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국민 한사람당 쌀 소비량을 현 시세로 계산해보면 하루에 약 320원, 한달에 9000원 수준이다. 하루 쌀 소비에 드는 비용이 자판기 커피 한잔값에도 못 미친다.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건강하고 다양한 음식을 통해 영양을 섭취하려는 현상이니 이런 추세가 바뀌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서민 경제에 쌀값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서민 물가 안정’이 더는 쌀값 현실화의 발목을 잡는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국내 쌀 자급률은 100%를 넘었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9월 발표한 식량자급률 현황에 따르면 쌀을 제외한 다른 곡물의 자급률은 현저히 낮다. 보리 24.6%, 밀 1.8%, 옥수수 3.7%, 콩 24.6%에 불과하다.
한 나라의 곡물 총소비량 중에서 국내 생산으로 공급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곡물자급률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23.8%에 불과하다. 우리의 먹거리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다수 선진국은 100%를 훌쩍 넘어선다.
식량은 자국민의 소비를 우선시하고 남는 물량을 수출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곡물작황이 나빠서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혹은 식량수출국이 식량을 무기로 사용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식량 공급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해야 하는 국가 안위와 안보의 문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제 인상 등 다양한 복지정책이 만들어지고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 농업이나 농민은 보이지 않는다. 농업은 나라의 근간이다. 식량안보와 최소한의 복지를 위해 쌀 1㎏당 3000원을 보장해달라는 농민들의 요구에 국가는 귀 기울이고 응답해야 한다.
김영만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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