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 재고가 매년 40만t씩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쌀 소비를 촉진할 수 있을까. 쌀 가공식품만이 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인구구조가 1·2인 가구 중심으로 급변하고 집밥보다 외식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쌀 가공식품은 활성화 정책이 처음 시작됐던 1991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연간 국내 쌀 생산량의 약 10%인 40만t가량이 가공식품용으로 소비되는데, 그중 주류와 떡류가 80% 정도를 차지한다. 과자·빵·국수류는 전체 쌀 가공식품 제품군의 20%에도 못 미친다. 쌀을 거의 술과 떡으로만 가공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와 비슷한 여건의 일본은 다양한 쌀가공식품 제품군을 갖고 있다. 일본은 전체 쌀 생산량의 약 15%를 가공식품용으로 소비한다. 이들 역시 쌀을 주로 청주용으로 쓴다. 하지만 주류뿐 아니라 된장·간장·가공밥·빵·국수류 등에도 쌀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특히 센베이·전병과 같은 쌀과자로 소비되는 쌀은 약 10만t이나 돼 가공밥류의 소비와 거의 맞먹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쌀 가공식품 중 가장 흔한 제품으로 손꼽히는 쌀과자조차 수입 과자에 밀려나 있다. 국내 쌀과자는 주로 영세업체에서 제조하다보니 대기업에서 수입하는 쌀과자보다 가격·품질·디자인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최근 서양에서 글루텐프리 제품이 인기를 끌며 쌀 식품의 소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덕분에 쌀과자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에 따르면 2016년 쌀과자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보다 60%가량 증가한 430만달러 정도였다. 지금이라도 쌀과자산업에 투자한다면 국내시장 확대뿐 아니라 수출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또한 쌀 소비를 촉진하려면 가공식품 외에 다른 분야, 이를테면 식품소재산업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식품소재로서의 쌀은 쌀가루인데, 밀가루를 대체하는 것 이상의 활용법이 있다. 전세계 쌀 가공식품 사용현황을 보면 쌀가루·쌀물엿·쌀전분·현미유·쌀단백질 등 기초소재류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례로 유명 맥주인 <버드와이저>의 주원료 중 하나가 쌀이고, 벨기에엔 쌀전분과 쌀물엿 등을 생산하는 약 150년 된 회사가 있다. 그만큼 쌀이 주식이 아닌 서양에서도 오래전부터 쌀을 식품소재로 꾸준히 사용해왔다.
혹자는 ‘쌀=주식’이라는 소비관념이 너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뭘 해도 안되는 게 쌀 가공식품시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해볼 수 있는 만큼 다 해보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시장이 변하고 있다. 이제라도 쌀 소재 및 다양한 쌀 가공식품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어야 한다.
정광호 (아이엔비(식품기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