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누가 뭐래도 원료다. 원료의 품질에 의해 맛과 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술의 주요 원료는 무엇일까. 흔히 우리술이라 불리는 탁주, 약주, 증류식 소주를 만들 때는 쌀과 밀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4년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원료에서 쌀과 밀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45%, 52%다. 하지만 양조용 쌀의 64.2%가 외국산이다. 특히 탁주는 67.8%가 수입쌀로 빚어져 ‘무늬만 우리술’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가장 큰 원인은 가격이다. 2016년 한해동안 쌀 수입량은 40만8000t이었는데 이중 가공용 쌀의 가격은 1㎏당 564원이었다. 2012년 생산된 정부미(나라미) 1㎏이 1761원인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햅쌀은 1㎏당 1800~2000원 선이라 가격 차이가 더 크다. 특히 올해처럼 쌀가격이 높으면 국산쌀 구매를 주저하는 양조장이 늘어난다.
하지만 수입쌀을 사용하는 양조장을 비난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양조장도 이익을 내야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보다 국산쌀로 술을 빚는 양조장에 수입쌀을 사용할 때 못지않은 혜택을 줘 자연스럽게 국산쌀을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먼저 양조용 쌀 계약재배를 늘려야 한다. 몇몇 양조장은 고품질 술 생산 및 국산쌀 소비촉진을 위해 농가들과 쌀을 계약재배하고 있다. 계약재배는 농가의 판로개척 부담을 줄여준다. 양조장은 품질 좋은 쌀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 물론 계약재배라도 수입쌀보다는 비싸다. 그러니 양조장과 농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쌀 보관·운반·포장비 등을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또한 국산쌀로 빚은 진짜 우리술에는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 국산쌀과 수입쌀의 가격차이를 없앨 수 있게 원료 원산지에 따라 세율을 다르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현재 주세(酒稅)는 원료 원산지와 관련 없이 막걸리 5%, 약주 30%로 같기 때문이다.
주세 감면량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현재 전통주(민속주·지역특산주)는 주세를 반으로 감면해주고 있다. 하지만 감면량이 발효주 500㎘, 증류주 250㎘ 이하로 매우 제한적이다. 세금 혜택 물량이 늘어나면 국산쌀의 소비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술은 무엇보다 농산물이 많이 쓰이는 식품이다. 이제 우리술을 일반주류의 한 종류로만 인식하지 말고 농산물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가공식품으로 인식해야 한다. 긴 역사를 지닌 우리 문화상품을 일반주류와 똑같은 규제로 묶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국산 농산물을 많이 사용하는 진짜배기 우리술이 많아질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완화와 다양한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