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분 후 증권시장의 주가 예측과 5년 후 인구 예측 중 어느 것이 쉬울까? 5년 후 인구 예측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5분 후 주가 예측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후자가 가능하면 증권투자로 큰돈을 버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이에 비해 인구추계는 정확성이 높은 편이다.
통계청은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토대로 5년마다 ‘장래인구추계’를 작성해 발표한다. 통계청은 향후 유소년인구(0~14세)와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줄어들고, 노인인구(65세 이상)는 폭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 정전 1년 뒤부터 10년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65세에 진입하면 노인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노인인구 비율이 급증하면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가 감소하고,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것이다. 한세대의 소비가 정점에 도달한 이후 그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다음 세대가 소비 주역으로 출현할 때까지 경제가 둔해지는 ‘인구 절벽’ 현상에 대한 경고도 제기된다.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지금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 등 사회복지 재정도 어느 순간 적자로 바뀌고, 그 후에는 누적 적자규모가 갈수록 커질 수 있다. 노인들의 일자리문제도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한국 경제와 사회를 강타할 인구 고령화 충격이 목전에 다가와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노인연령 기준 조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65세 이상=노인’ 기준은 1889년 독일의 노령연금 지급개시 연령에서 비롯됐고, 그 후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지만 의료기술의 발달과 사람들의 영양상태 개선으로 건강 수준이 크게 향상된 오늘날 19세기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다. 한국의 60대 중 상당수는 자신을 ‘노인’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런 인식은 사회적으로도 확산돼 있다. 환갑 잔치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고 ‘인생 다모작’을 추구하는 ‘은퇴 후 재취업자’가 나날이 늘고 있는 것 등이 그 증거다.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은 정년퇴직 및 연금 수령개시 시기와 직결되므로, 사회집단별로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연금 재정운용에 여유가 생기는 등 사회적 편익이 발생하고 정년 연장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연금 수령개시 시기가 늦춰져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도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정년 연장으로 인해 청년세대의 취업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섣불리 노인연령 기준을 높이면 ‘사회갈등 격화’와 ‘세대간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노동시장이 정년 연장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각종 사회제도를 정비하고 사회갈등의 지점을 확인해야 한다. 그 뒤 정책적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등 체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