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연도 면적 따라 직불금 지급하고 주요 농산물로 확대하는 결단 있어야
올해 안에 2018~2022년산에 적용할 쌀 변동직불제의 목표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관련 법률에는 직전 5년간의 수확기 시장가격 변화율에 따라 목표가격을 산출하게 돼 있으나, 국회는 이 규정과 관계없이 2008년엔 동결하고, 2013년엔 11%를 인상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에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겠다고 밝혀 올해도 목표가격 결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농업계와 정치권은 목표가격의 인상폭이 클수록 쌀 재배농가에 득이 될 것으로 여기지만 도리어 농업의 발등을 찍을 수 있음도 생각해야 한다.
목표가격이 높을수록 쌀 생산량이 증가해 쌀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변동직불금 소요액은 늘어나게 된다. 가격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격리조치를 확대하면 이에 대한 처분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서두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목표가격을 원칙 없이 인상하자 쌀값은 떨어졌고, 2008년 이후 정부가 가격지지를 위해 매입한 쌀 중 150만t 이상을 주정용 등으로 처분했음에도 2016년산에만 1조원 이상의 변동직불금을 지급하는 이중의 파행을 겪었다. 결국 변동직불제는 농정 비판의 핵심 타깃이 됐고, 이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목표가격 인상이 쌀 생산농가의 경영안정 장치인 변동직불제를 존폐의 위기로 내몬 것이다.
따라서 목표가격을 논하기 이전에, 우선 변동직불금을 당년 재배면적과 관계없이 기준연도 면적에 따라 지급해 생산유인이 되지 않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더라도 변동직불제의 경영안정 효과가 쌀농사에만 적용되므로 쌀 과잉생산 유인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제도가 쌀 과잉생산 유인이 되지 않게 하려면 이 제도의 대상을 쌀 이외의 다른 농산물로 확대해야 한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변동직불제를 주요 농산물로 확대하는 게 단순히 쌀 과잉생산 방지 차원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농업 생태계를 개선하는 핵심 조치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농업문제의 근원은 농자재 가격과 노임은 상승하는데 수입개방 확대로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변동성도 높아져 농업의 가격조건이 꾸준히 악화한 데 있다. 이 악화 속도를 완화하지 않는 한 어떤 다른 지원시책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따라서 쌀 변동직불제를 다른 주요 품목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농업의 생태계를 안정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다른 농산물로 확장하는 것에 대해 정책 담당자들은 크게 반발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 다음과 같은 대타협을 통해 쌀문제뿐 아니라 우리나라 농업의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합의를 도출하기를 제안한다.
먼저 농민단체는 쌀 목표가격을 법률이 정한 대로 직전 5개년 수확기 가격변동률을 반영해 결정하되 물가상승은 통상적 수준, 예를 들면 연간 2.5%를 넘는 부분만을 반영해 과도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가격 하락을 방지하는 수준으로 하자고 선언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또 정부는 당년 재배면적과 관계없이 기준연도 면적에 따라 변동직불금을 지급하도록 개선하고 이와 동시에 대상을 주요 농산물로 확대하는 결단을 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쌀 과잉생산 위험이 제거되고 농업경영의 위험도 크게 줄어, 공익형 직불과 함께 변동직불제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