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쌀 수급 비상 (하)올해도 공급과잉 불보듯
재배면적 ‘2.2% 감소’ 그쳐 올 생산량 ‘390만t’ 달할 전망 “수급균형 맞추겠다” 의지 무색
농가 참여 유도할 동력 약해 내년에도 성공 가능성 낮아 지원금 인상방안 검토해야
당장 올 소비촉진 대책 등 시급
정부가 쌀 수급균형을 맞추겠다며 올해 강력히 추진한 생산조정제가 실패의 위기에 처했다. 2019년에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게 더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쌀 생산조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내년에도 시행할 방침이다. 시장격리 등과 같이 단기적·사후적 조치에 그쳤던 쌀 수급균형 정책을 선제적이며 구조적인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농식품부는 올해 5만㏊를 목표로 생산조정제 신청을 받았으나 농가의 참여가 저조했다. 결국 생산조정제 신청면적은 3만7269㏊에 불과했다.
이 정도 면적으로도 쌀 수급균형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농식품부는 예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4월25일 쌀 생산조정제 관련 브리핑에서 “신청 결과를 토대로 분석하면 올해 쌀 수급균형을 가까스로 맞추거나 아니면 쌀이 조금 남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계청이 8월30일 ‘2018년 벼 재배면적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통계청은 올해 벼 재배면적이 73만7769㏊라고 밝혔다. 2017년(75만4713㏊)에 견줘 겨우 1만6944㏊(2.2%) 줄어든 면적이다. 생산조정제 신청면적(3만7269㏊)과 자연감소분을 합하면 벼 재배면적이 4만~5만㏊는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는 크게 다른 결과다.
통계청이 발표한 벼 재배면적(73만7769㏊)과 평년 단수(10a당 529㎏)를 감안하면 올해 쌀 생산량은 390만t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농식품부가 밝힌 적정 수요량(375만t 내외)보다 15만t가량 많은 양이다. 생산조정제의 근본 목적이 쌀 수급균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쌀 생산조정제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지난해 7월 이후 쌀값이 계속 오르고 있고, 올해 재설정될 쌀 목표가격도 현행 가격보다는 인상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벼를 적게 심자’는 정책이 호응을 얻을 가능성은 애초부터 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논에 타작물을 심었던 농가의 상당수가 올해 벼로 회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농가에겐 생산조정제 지원금(1㏊당 평균 340만원)이 절반만 지급돼 벼로의 회귀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타작물을 재배했거나 휴경한 논 가운데 2만5000㏊에서 올해 벼가 재배되고 있다.
2019년에도 생산조정제가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목표를 당초 10만㏊에서 6만㏊로 줄여 잡았지만, 쌀값과 목표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 농가의 참여를 유인할 동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농식품부는 내년도 생산조정제 지원금을 1㏊당 400만원으로 높이려고 했으나 재정당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원금을 전액(현행 80%) 국비로 하는 방안도 제시했지만 재정당국은 이 역시 반대했다.
생산조정제의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올해 쌀 수급은 다시 불안정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수요량을 웃도는 물량에 대해서는 모두가 힘을 모아 소비촉진에 나서고 그래도 상황이 여의치않으면 기존처럼 시장격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제에 시장격리를 법제화하는 ‘자동시장격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한 2019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최근의 쌀값 상승을 반영해 생산조정제 지원금을 인상하고, 전액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