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수급불균형이 생겼을 때 바로바로 해결할 수 없다. 때로는 수급파동이 일어나 농가의 경영안정성과 물가안정을 해치는 일도 벌어진다.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정확한 수급예측을 위해 오래전부터 연구와 노력이 있었지만, 결과는 아직 신통치 않다.
농산물에 대한 수급예측이 어려운 이유는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고, 요인별 기초자료 조사에 시간과 비용도 엄청나게 들어간다는 데 있다. 설사 자료를 조사하더라도 날씨·병해충 같은 환경변화에 맞춰 재조사를 계속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측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예컨대 김장배추는 지역·품종에 따라 생육기간이 60~70일로 차이가 나고, 주출하시기도 10월 중순부터 12월 상순까지 벌어져 있다. 다시 말해 파종·정식 시기, 재배면적, 생육상태, 수확시기까지 단계별로 정확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출하량의 과부족을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특히 지금처럼 조사원이 주산지 일부를 둘러보고 농가와 유통업자 의견을 듣는 정성적인 조사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각 주산지를 여러차례 조사하거나, 결과를 계량화해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연도별·지역별·생산단계별 자료가 쌓이지 않고, 비교분석을 통한 수급예측은 먼 이야기가 된다.
농산물에 대한 수급예측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하나 더 있다. 지금까지 수급예측은 인구수에 비례해 소비는 대체로 일정하다는 전제를 뒀다. 식생활의 변화나 대체 소비재 증가, 인구구성비 변화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유통업계의 재고량이나 수출입 물량도 조사가 어려워 자료를 수집·축적하지 못했다. 생산 관련 정보만 수급예측에 활용하고 유통이나 소비 관련 정보는 간과했던 셈이다.
최근 뜨겁게 논의 중인 4차산업혁명 기술은 이토록 어려운 농산물 수급예측에 해법을 제시해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물인터넷(IoT)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어우러지면 주산지·시기·품종별 종자 판매정보부터 저장·가공업체의 입출고 물량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드론과 영상분석을 이용해 주요 농산물의 파종·정식시기, 작황, 출하량을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조사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인공지능(AI)으로 통계청·도매시장·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쇼핑몰 등 방대한 빅데이터에 함께 묶여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덕분에 수년치 자료도 몇시간만 지나면 비교·분석할 수 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해 다양한 과제를 선정·지원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스마트팜을 비롯해 과학영농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농산물 수급예측도 예외가 아니다.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해 활용한다면, 정확한 농산물 수급예측도 가능해지리라 믿는다.
김학인 (aT 농식품유통교육원 유통연구소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