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경시론] 권대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대한발효식문화포럼 회장
요즘 국민들이 음식과 건강 그리고 문화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보니 음식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 자주 나온다.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나오는 내용이 모두 사실인 것으로 믿기 쉬우나, 음식만큼 잘못된 내용을 전하는 경우가 많은 건 없는 것 같다. 아직도 방송에서 ‘닭도리탕’을 친절히 ‘닭볶음탕’이라고 잘못 이야기하고 있는가하면, ‘고추도 임진왜란 때 들어 왔다’고 잘못 이야기하고 있다. 당연히 김치와 고추장의 역사를 축소 왜곡하고 있고, 우리나라 음식으로 자연 발생적으로 발달한 순대도 굳이 중국에서 들어 왔다고 버젓이 이야기 한다. 이 모두가 우리 민족과 음식의 기원이 중국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글로 남겨진 책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공부했다는 사람들이 굳이 한자로 쓰여진 책에서 우리 민족과 음식 역사의 기원을 찾으려는 사대주의 발상에서 비롯된 오류다.
청국장도 마찬가지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행한 사업으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란 책에는 청국장이 다음과 같이 소개되고 있다. ‘청국장은 전시(戰時)에 단기숙성으로 단시일 내에 제조해서 먹을 수 있게 만든 장으로 전국장(戰國醬) 또는 청나라에서 배워온 것이라 하여 청국장(淸國醬)이라고도 하고 전시장(煎?醬)이라고도 했다,’ 청국장이 우리나라 문헌에 처음 보인 것은 유중임(柳重臨)의 ‘증보산림경제(1760년)’의 청국장(淸國醬)에서부터라고 한다. 이 내용을 나중에 발간된 두산백과가 그대로 따라 적고 있으며 네이버도 마찬가지이다. 즉 청국장의 역사를 증보산림경제라는 한자 책에서 찾았기 때문에 청국장의 역사가 왜곡된 것이다. 유증임의 청국장(淸國醬)에 매몰돼 청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들여온 것이라는 아무런 근거 없는 주장을 한 것이다.
그러면 청국장 어원의 역사는 어떻게 된 것일까? 한글이 창제된 이후 ‘훈몽자회’에 청국장을 나타내는 ‘시(?)’를 ‘젼국 시(원간본, 1527)’, ‘쳔국 시’(규장각본, 1613), ‘쳥국 시’(한계본, 1660년 이후)라고 했다. 즉 청국장의 청국이 청나라에서 오지 않고 순 우리말로 불렸음을 확실히 보여준다.
그럼 청국장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한자기록을 보면 기원전 40년 전의 문헌인 ‘급취편(急就篇)’에서부터 우리가 잘 아는 ‘제민요술’, ‘거가필용’에서까지 청국장이 꾸준히 나온다. 우리나라 삼국사기에도 나오므로 청국장 역사는 삼국시대 이전부터라고도 말할 수 있다. 중국에서도 청국장이 주변 오랑캐 국가에서 강백(康伯)이란 사람이 들여왔다고 기록돼 있는데, 중국에 청국장과 같은 콩발효 식품이 외부에서 들어간 것은 분명하나 그 것이 한국(東夷)의 청국장인지 동남아시아(南蠻)의 템페(tempeh)가 들어 간 것인지 분명치 않다. 어쨌든 청국장의 역사는 2000년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청국장은 젼국, 쳔국, 쳥국으로 불렸으나 어느 시기부터 된장, 간장, 고추장과 같이 장(醬)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1600년대 이후 쳔국, 쳥국, 젼국에 어미 장(醬)을 붙여 쓰이는 한자어가 등장했다.
청국장이 전쟁이나 청나라와 관련 있는 음식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방송에서 일방적으로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청국장은 문헌 기록상으로 보아 2200여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으며, 실제 기록 훨씬 이전인 수 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