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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어그테크’와 농업의 4차산업혁명 대응 
혁신 이끌 우리 농기업, 경영 어려워 기술력 있으면 쉽게 지원받도록 해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농업분야의 변화를 주도하는 메가트렌드는 단연 4차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기술산업화다. 농업과 다른 산업간 융합이 보편화됨에 따라 농업이 첨단 복합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이 농업과 기술혁신을 결합한 ‘어그테크(Agtech)’를 미래 성장산업으로 주장한 배경에는 농업분야에서도 애플이 탄생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엑슨모빌·GE·도요타 등 전통 제조산업이 세계 10대 기업의 축을 이뤘다. 최근에는 애플·구글·아마존·알리바바 등 기술혁신 기업들이 굴뚝산업을 밀어내고 글로벌 산업의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이들은 농업에 대한 투자를 넘어 농업을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재편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애플은 덴마크에 대규모의 농업기반 데이터센터를 건립했다. 아마존은 유기농식품 유통체인 홀푸드를 인수했고, 무인 식품마켓 ‘아마존 고’ 매장을 미국 전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들의 농업 투자패턴은 기술융합과 유통생태계 재편에 초점을 두고 있다. 즉 대규모 영농에 적합한 디지털농업에 거침없이 투자하며 새로운 기술생태계를 장악해 가고 있다. 이는 카길·벙기 등 초국적(超國籍·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나라와 관계되는 것) 곡물 메이저가 종자부터 판매에 이르는 가치사슬을 지배했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이들 글로벌 기술 메이저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농업생산성 향상이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관련 기술의 면면을 보더라도 접근조차 어려운 원천기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농업용 로봇, 농장관리 플랫폼 등 대부분 초국적 영농기술에 집중돼 있다. 어그테크를 기반으로 세계 농업생산이 크게 증가하면 농산물가격과 비용이 하락해도 글로벌 기술 메이저의 본질적 이익구조는 개선되기 때문이다. 기술 메이저들이 어그테크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농산업의 기술혁신 현황을 돌아보면 스마트팜사업 등 농업 생산분야에 대한 정책지원은 늘어나고 있으나 기술 농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경영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농업이 4차산업혁명으로 가는 길목엔 범접할 수 없는 기술장벽이 있고, 그 중심에는 ‘혁신형 어그테크’ 기업이 있다. 특히 지금의 기술금융 정책은 농업부문에 특화된 기술가치를 담아내기 어렵고, 자본시장을 통한 기술지원은 시장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농식품 벤처가 혁신기업으로 성장하기란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에 가까운 일이다.
경쟁우위 원천기술을 보유한 혁신기술농 육성이 4차산업혁명의 시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의 기술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농식품분야에 특화된 ‘기술금융체계(기술력 평가기관·자금채널·보증지원)’가 도입돼야 한다. 또 오프라인 중심의 지원제도를 온라인 플랫폼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빅데이터 기반의 오픈 플랫폼을 구축해 기술·금융솔루션·비즈니스 매칭 등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지원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4차산업혁명은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다. 우리 농업계가 기술혁신이 요구하는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한다면 글로벌 기술 메이저가 주도하는 ‘기술종속화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송두한 (NH농협금융지주 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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