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교통공사, 인천공항공사 등의 공공부문에서 진행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공공기관 임직원과 노조의 `친인척 고용 세습`, 산하 협력업체 직원들의 공공기관 정규직화 등 편법과 꼼수, 특혜가 판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현상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규범인 ISO 26000(사회적 책임 국제표준)의 윤리적 행동과 공정 운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는 또한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을 추진하는 데도 어긋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가는 기관으로 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공공기관은 경제적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영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편안을 보면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으로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 통합, 안전 및 환경, 상생 협력 및 지역 발전, 윤리경영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이 일자리위원회를 통해 내놓은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에서 정부는 1000억원 규모의 소셜벤처 전용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국가 계약 낙찰 기준에 사회적기업 가점을 기존 1점에서 2점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파격적 지원책을 내놓았다.
국제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과 관련 있는 움직임으로 대표적인 것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ISO 26000과 유엔의 협력기구인 GRI의 지속가능성보고서 가이드라인 등을 들 수 있다. ISO 26000은 ISO가 2010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표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여기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기업이 지속적으로 존속하기 위한 이윤 추구 활동을 하면서도, 동시에 법령과 윤리를 준수하고 기업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책임 있는 활동을 말한다.
GRI의 지속가능성보고서란 지구가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해 지구상에 있는 기업들이 경제·환경·사회 문제에 대해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현황을 보고서로 만들어 GRI에 보고하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국제적 동향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공기업이나 사기업 모두에 기업이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경제적 가치를 실현하는 토대 위에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한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오늘날의 경제 구조를 이루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개편 방안`을 보면 공기업의 경영에서 경영효율성이나 재정건전성을 보기보다는 사회적 가치만을 추구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강하다. 공기업도 기업이므로 기업 운영의 효율성, 생산성, 수익성을 강조하는 경제적 가치를 중요시해야 한다.
공기업에서 사회적 가치만을 추구하고 경제적 가치를 등한시하면 자칫 기업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경영이 방만하게 돼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공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균형 있게 평가하는 방안이 정립돼야 한다.
두 번째로, 공공기관의 평가 방식에서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도록 감독하거나, 사회적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을 확대시켜 소위 `큰 정부`로 가게 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 운영의 비효율성을 증대시키고 민간부문의 경제 활성화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해 많은 세금을 사용하면서도 국가 경제 활성화가 떨어져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효과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경제적 가치 추구를 토대로 하면서 사회적 가치 추구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성현 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