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관산반도 일대 들녘에서 북한 주민들이 농사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북 식량지원 공식화
유엔식량농업기구가 전망한 북한 식량실태는
비료 등 농업투입재 부족해 생산량에 부정적 영향 미쳐 수요량 575만5000t 추정
자체 생산량 고작 417만t 수입 계획은 20만t 불과
1월부터 1인당 배급량도 지난해보다 80g 줄어 300g
노동당 증산 독려하지만 1010만명 식량불안 겪을 듯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중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 10명 가운데 4명이 식량부족 상태이며, 외부로부터 136만t의 식량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 현지조사 등을 거쳐 발표한 ‘북한의 식량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쌀 생산량은 209만t으로 2017년보다 12.4% 줄었다. 옥수수와 콩 생산량도 각각 14.7%, 39.4% 감소했다. 가뭄과 폭염, 비료·농기계 같은 농업투입재 부족이 작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올해 식량 사정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FAO와 WFP는 올해 북한의 자체 식량 공급량을 417만t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식량 수요량은 575만5000t으로 부족분이 158만5000t에 이른다. 부족한 식량 수요를 모두 충족하려면 158만5000t을 외부로부터 들여와야 하는데, 현재 계획된 수입량은 20만t에 불과하다. 국제기구가 식량원조를 약속한 물량 2만1000t을 감안해 계산하더라도 136만4000t이 모자라는 상황이다<그래프 참조>.
FAO와 WFP가 올해 식량 사정을 어둡게 전망한 배경은 우선 작황부진 때문이다. FAO와 WFP는 “강수량 부족 등으로 올 6월에 수확할 봄작물 작황도 좋지 않고, 수확한 곡물을 신속하게 운반하고 보관할 연료와 전력이 부족해 수확 후 손실되는 곡물량도 평소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수확 후 손실되는 곡물량이 87만1000t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대북제재도 식량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북제재가 연료·비료 등 농업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의 수입까지 제한하기 때문이다. FAO와 WFP는 “대북제재가 의도치 않게 농업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올 1월부터 식량 배급량을 1인당 300g으로 줄였다. 지난해 1월 배급량 380g보다 80g 축소한 것이며, 올해 북한의 배급목표인 550g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양이다. 일반적으로 배급량이 다른 계절보다 낮은 7~9월에는 더 줄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북한은 ‘쌀이 금보다 귀하다’며 전투적으로 식량증산을 독려하고 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북한 체제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4월29일 ‘쌀로서 당을 받들자’라는 정론을 통해 “오늘날 농업전선은 조국과 인민을 지켜나가는 사회주의 수호전의 전초선”이라며 “모든 힘을 농사에 총집중·총동원하는 것은 우리 당의 숭고한 뜻”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국가 제일주의 기치를 더 높이 들고나가기 위해서도, 사회주의 우리 집을 더욱 억세게 떠받들기 위해서도 결정적으로 쌀이 많아야 한다”면서 “쌀이 금보다 귀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10년 만에 맞은 최악의 식량난을 북한의 자력갱생만으로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FAO와 WFP는 “북한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1010만명이 식량불안에 처해 긴급 식량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태로 추정된다”고 우려한 뒤 “즉각적이고 적절한 인도주의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5~9월 단경기 동안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신속한 지원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