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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종말은 올 수도 있다 - 농민신문
[ 2019-06-25 15:18:26 ]
글쓴이  
관리자
조회수: 7703        
링크 #1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FRE/312579/view , Hit: 8860

[독립문에서] 인류세, 종말은 올 수도 있다


잠시 맑은 하늘을 보는가 했더니만, 미세먼지에 더해 이른 더위까지 찾아오면서 올여름 맞기가 두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지내기에 조금 괴로울 뿐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면 좋을 텐데, 기후나 환경과 관련해 들리는 소식은 대체로 암울하다. 며칠 전, 급격한 기후변화로 2050년에는 전세계 대부분의 주요 도시가 생존할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할 것이며 현재 우리가 누리는 문명은 종말에 이르리라는 예측을 호주의 한 연구팀이 내놨다.

2020년대 탄소배출 저감에 실패할 경우 기후변화는 걷잡을 수 없이 진행돼 세계적인 대도시 가운데 인도 뭄바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국 톈진·광저우·홍콩, 태국 방콕, 베트남 호찌민 등에선 생존이 불가능해질 것이고, 해수면 상승 결과로 네덜란드·미국 등지의 해안도시들도 범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야 계속 있었지만 먼 미래도 아니고 30년 후에 지금 사람들이 사는 지역의 반 이상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할 것이라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곧이어 5월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15㎏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렇게 인간활동의 결과가 지구 상태 자체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는 지질학적으로도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제 우리 시대가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약 1만년 전쯤 빙하기가 끝나면서 시작된 ‘홀로세(Holocene)’가 마무리되고, 현생 인류활동의 결과로 인류세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인간이 지구에 남긴 흔적들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인간은 건설·댐 공사 등을 통해 엄청난 퇴적층을 유실시켰는데, 이는 바다·바람·강 등 자연이 가진 침식력의 10배 이상이었다.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로 야기된 기후변화는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종(種)의 멸종을 가속화한다. 또한 전반적인 기온상승으로 전염병과 산불이 증가하고,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올라가고 있다. 해양의 산성화로 해양생태계가 붕괴하는 한편 강물을 포함한 담수도 부족해지고 있다. 결국 무엇 하나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류세라는 용어 자체는 ‘현생 인류의 활동이 지구 상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시대’라는 뜻이지만, 종말론적인 의미로 들리는 이유일 것이다.

인류세가 시작된 기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학자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의 경향은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이 시행된 1945년으로 보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어디를 기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현실을 바꿀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도 달라질 것이고, 지금의 현실을 만들어낸 데 대해 인류 모두의 책임이 똑같지 않다는 사실도 분명해질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대로의 문명은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신호를 지구가 보내온 지 오래됐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삶을 설계할 때,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구호나 공약을 판단할 때, 무엇보다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때, 우리가 살아가게 된 인류세의 문제를 빼놓아서는 안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백영경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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