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식량위기 대응…말로는 백번 강조하지만…
‘국제곡물관측사업’ 법적근거 확보 불구 예산당국 실탄 지원 난색
글로벌 식량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국제기구들이 최근 국제곡물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중·장기 식량 수급불안을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식량위기 대응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한시가 급한 사업의 초기 예산 지원마저 꺼리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식량위기 잇단 경고=세계은행은 15일 분기 보고서를 통해 지난 7월 세계 식량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33%나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한 2008년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급등하는 식량가격과 부족한 재고는 우리가 여전히 위험지대에 있음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세계 곡물수급불안에 따른 식량위기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2011~2020년 농산물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식량증산 속도는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전 세계적으로 식량난이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10년 동안 국제곡물가격은 이전 10년에 비해 평균 20%, 축산물은 30%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2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개최한 ‘국제곡물 동향과 해외농업개발 국제심포지엄’에서 브라이언 부어 미국 미네소타대학 교수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잦은 기후변화, 중국과 같은 신흥국의 육류 소비량 증가에 따른 곡물수요 증가, 선진국의 바이오연료 사용 권장에 따른 곡물의 대체수요 증가, 수출국의 곡물수출 규제 등으로 곡물 수입국들은 앞으로 안정적으로 곡물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택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같은 곡물 대량 수입국은 식량안보를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해야 한다”며 “비상시를 대비한 구체적인 매뉴얼 작성과 국제곡물 정보수집·조기관리·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처에 미온적=올들어 정부는 식량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과 해외농업개발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곡물도입을 꾀하는 한편 국제곡물관측시스템 구축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는 주요곡물에 대한 국제곡물관측사업을 실시토록 하는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지난 6월 임시회에서 처리해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은 7월21일자로 공포됐다.
문제는 예산이다. 사업 시행의 법률적 근거까지 마련됐지만 정부가 예산 지원에 나서지 않아 국제곡물관측시스템 구축은 아직 시작도 못한 상태다. 국제곡물관측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프로그램 도입과 전담인력 확보가 우선돼야 하지만 올해는 예산반영이 전혀 안돼 사업착수는 내년부터나 가능할 전망이다.
더욱이 내년도 예산확보도 불투명한 상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내년도 국제곡물관측시스템 구축을 위해 10억원의 예산배정을 신청했으나 예산당국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협의가 계속 진행중이지만 현재로선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어 예산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수급분석과 전망 없이 해외에서 안정적인 곡물도입은 어렵다”며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제곡물관측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석 기자 ksle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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