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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먹거리 시민과 ‘좋은’ 식품체계 
먹거리 복지 공감하는 주체자 필요 교육·양성 위해 지자체 적극 나서야 음식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요리프로그램과 ‘먹방(먹는 방송)’, 음식 블로그, 그리고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먹거리 관련 활동이 넘쳐난다. 하지만 음식에 관심이 커진 만큼 사람들이 ‘좋은 음식’을 먹게 됐는지 묻고 싶다.
우선 좋은 음식은 무엇일까. 맛있는 음식이 꼭 좋은 음식은 아닌 것 같다. 좋은 음식은 몇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건강에 이롭거나 적어도 몸에 해롭지 않아야 한다. 둘째, 먹거리 공급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공정한 사회·경제적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농민이나 식당 노동자에게 정당한 임금이 지불돼야 하는 것이다. 셋째, 생산·유통·소비 등 모든 과정에서 환경적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물론 이런 조건을 충족시킨 음식을 먹기는 쉽지 않다. 우리 먹거리는 대부분 기업을 통해 공급된다. 기업의 1차적인 목표는 이윤극대화이다. 사회적 고려나 생태적 배려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요구와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 식품안전이나 농약잔류에 관한 규정이 그 예다. 그럼에도 현대 식품체계는 충분히 건강하고, 도덕적이고, 생태적이지 않다.
좋은 식품체계를 만들려면 정책과 제도, 그리고 문화를 아우르는 총체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변화의 핵심은 사람이다. 주체가 없이는 어떠한 근본적인 혁신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식품체계 전환의 주체가 바로 ‘먹거리 시민(Food Citizen)’이다. 먹거리 시민은 일반적 시민 개념을 보다 특정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은 사적 이익보다는 공공적 목표나 보편적 이념을 위해 행동하고 연대한다. 1987년의 민주항쟁이나 2016년의 촛불집회는 시민의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먹거리 시민은 음식의 공공적 성격을 실현하는 주체다. 먹거리에 관심이 많고, 관련 정보에 귀 기울이며, 좋은 음식을 함께 먹기 위한 제도와 체계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 먹거리 시민은 농산물에 농약이 얼마나 사용됐는지, 농민들에게 정당한 보수가 지급됐는지, 주변에 굶주리는 이웃은 없는지 등에도 신경을 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 고조로 여러가지 관련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푸드플랜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양한 먹거리 정책을 개발하고, 시민에게 좋은 음식을 공급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런 기획들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먹거리 시민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정부나 전문가들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시민들이 수동적 정책 대상에 머문다면 진정한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먹거리 시민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먹거리 관련 정책형성에 참여하고, 일상 속에서 실천하고 연대하는 주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먹거리 복지, 먹거리 민주주의, 생태적 식품체계, 도농상생 등의 가치에 공감하는 시민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먹거리 시민은 어떻게 주체화되는가. 방법은 교육밖에 없다. 개인의 생애주기 곳곳에서 먹거리의 중요성을 학습하고 민감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개인의 음식과 거시적 식품체계를 연결해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성찰적 교육이 요구된다. 특히 초·중·고등학교에서의 먹거리 교육이 시급하다. 영어와 수학만 배워 반쪽짜리 시민을 만드는 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음식의 중요성, 식자재에 대한 지식, 농업과 농민의 가치, 음식 감수성 등에 대한 교육이 어려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방법의 하나가 식품체계의 전환이다. 그 중심에 먹거리 시민 양성이 있다. 각 지자체·교육청·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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