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부진과 정부의 관심부족으로 우리밀산업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국회 본관 앞에서 우리밀 생산농민과 소비자 등이 국산밀산업육성법 제정을 요구하는 모습. 이희철 기자 photolee@nongmin.com
위기의 밀산업 (상)경영위기에 신음하는 우리밀업체
40㎏당 6900원 손해 경우도 수매비축 응할수록 적자지만 보관료 부담 때문에 ‘울며’ 참여
업계 “정부 수매 고맙지만 손실 감소 방안 강구를… 2018~2019년산 추가수매도”
비축물량 민간시장 유통 경계 공공부문 중심 소비 이뤄져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26일 ‘밀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을 내놨다. 여기엔 35년 만에 밀을 수매비축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밀의 품질 고급화 및 소비확대방안 등이 담겼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지 7개월여가 지난 현재, 우리밀업계는 아이러니하게도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수매비축에 응하면서 대규모의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추가수매비축이 이뤄져야 밀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요구다.
◆계륵과도 같은 수매비축=농식품부는 지난해말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7년산 재고 밀 1만t을 수매비축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농가로부터 밀을 매입해 가공·유통하는 한국우리밀농협 등의 업체에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당시 이들 업체는 1만5000t에 달하는 2017년산 재고 밀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들 업체는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수매비축가격이 문제였다. 이들 업체가 농가로부터 사들인 밀가격은 1등급의 경우 40㎏ 한포대당 4만2000원이었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수매비축가격은 3만9000원. 또한 농식품부는 품종의 순도(단일 품종)가 80%에 못 미칠 경우 등급을 한단계 낮춰 3만5100원만 줬다.
많게는 40㎏당 6900원을 수매비축에 응하는 그 자리에서 손해 본 것이다. 여기에다 업체들은 그동안의 보관료·입고비·보험료 등은 한푼도 보전받지 못했다. 농식품부가 당초 1만t을 수매비축할 계획이었지만, 실적이 6061t에 그친 것은 이런 이유 등이 작용한 결과다.
김태완 한국우리밀농협 상무는 “2800t 정도를 수매비축에 응했는데, 이 과정에서 8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수매비축을 해준 것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하지만, 업체들의 손실을 줄일 방안도 함께 강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매비축 당시 밀가격이 3만9000원 정도인 상황에서 구곡을 이보다 높은 가격에 수매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추가수매비축 절실=업체 입장에서는 수매비축에 응할수록 손해지만 그렇다고 응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밀 재고를 가만히 들고 있으면 보관료 등으로 40㎏당 1년에 4000원씩 꼬박꼬박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추가적인 수매비축을 요구하는 이유다. 다만 2018~2019년산을 수매비축해야 한다는 게 업체의 요구다.
2018년산 밀의 경우 현재 약 5000t이 재고로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8년산 밀부터는 40㎏당 3만9000원에 농가로부터 매입했기 때문에 농식품부의 수매비축가격을 이전과 동일하게 책정한다면 업체들도 큰 손해는 보지 않을 수 있다. 밀 추가수매비축을 위한 실탄도 마련돼 있다. 2017년산 밀 수매비축예산 100억원 가운데 약 40억원이 사용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재정당국의 반대가 문제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산 밀이 대량으로 비축된 상태에서 뚜렷한 소비방안도 없이 2018년산을 비축하는 것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가 최근 식품업체들을 대상으로 비축 밀을 품종별로 시범공급해 소비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단기간에 우리밀 소비를 늘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우리밀은 1년에 2만~2만5000t이 소비되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최근의 재고상황을 보면 이보다 더 줄었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우리밀 생산량은 2만2000t(행정조사 결과)인데, 여전히 5000t이 재고로 남아 있다. 1만7000여t밖에 소비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 상무는 “2018~2019년산 5000t 정도를 수매비축한다면 밀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수매비축한 밀이 기존 민간시장으로 유통돼서는 안되며 군급식 등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소비처가 발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