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밀산업 (하)정부·국회, 육성의지 있나
육성법, 현재 국회 법사위 계류 농식품부 발전대책 추진 차질
정부·업계 “밀, 제2의 주식 수확~가공 관리 위해 법 절실”
정부, 재고 등 문제해결 위해 지난해말 35년 만에 수매비축
매입가 낮아 목표달성률 60% 내년산 수매비축계획 아직 미정
우리밀이 재배면적·자급률 급락으로 고사위기에 처했는데도 정부와 국회는 별다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회는 우리밀산업 발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국산 밀산업 육성법’ 제정을 질질 끌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밀 재고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매비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위기의 밀산업을 살리려는 의지가 과연 있느냐’는 지적을 받는다.
◆국산 밀산업 육성법 제정, 지지부진=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말 ‘밀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을 내놨다. 밀을 수매비축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우리밀의 품질 고급화 및 소비확대방안 등이 담겼다. 이러한 방안들이 힘 있게 추진되려면 ‘국산 밀산업 육성법 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정안에는 발전대책에 있는 방안들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밀 공공비축제 시행, 음식점 등의 우리밀 사용인증제도 도입, 학교급식 등에서 우리밀 우선사용 등이 그것이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농식품부 장관)이 2017년 12월21일 대표발의한 제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7월17일 열릴 예정이었던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여야가 본회의 날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전체회의도 덩달아 무산됐다.
밀은 제2의 주식으로 생산뿐만 아니라 수확 후 관리·가공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특성이 있어 법률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정부와 우리밀업계의 설명이다.
(사)국산밀산업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대표적인 민생법안인 국산 밀산업 육성법 제정안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조속히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 의원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요구했다.
◆수매비축에 소극적, 답답한 농가=정부는 지난해말 35년 만에 밀을 수매비축하겠다고 밝히고 2017년산 1만t 수매에 들어갔다. 수매비축은 단기적으로 밀 재고과잉문제를 해소하는 게 목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론 농가에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해 국산 밀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정부가 ‘밀문제를 더이상 방치하지 않고 안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의지와 달리 수매비축실적은 6061t에 그쳤다. 가격이 문제였다. 우리밀업체들이 농가로부터 사들인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밀을 수매비축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목표한 수매비축량을 못 채운 것은 물론, 업체는 업체대로 “손실을 봤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업체들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수매가격을 책정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수매비축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밀업체들은 2017년산 9000t, 2018년산 5000t 등 모두 1만4000t가량의 재고로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수매비축 목표물량인 1만t을 달성하지 못한 점을 감안해 추가적인 수매비축에 나서야 한다는 게 우리밀업체의 요구다.
나아가 2020년산 밀 수매비축계획도 서둘러 확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재정당국에 2020년산 밀 수매비축을 위한 예산 30억원을 신청한 상태지만 최종 반영 여부는 불투명하다. 재정당국은 뚜렷한 소비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밀을 수매비축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김태완 한국우리밀농협 상무는 “내년도 밀 수매비축물량을 어느 정도로 할지에 따라 농가들의 재배의향도 달라질 것”이라며 “파종을 위한 종자 준비에 곧 착수해야 하는 만큼 내년도 수매비축계획을 빨리 확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