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값 다시 가파른 오름세
국제 곡물가격이 다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농산물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도 오르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곡물가격의 가파른 오름세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약세도 한몫하고 있다. 곡물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급등세를 보이다 안정됐다. 가격 급등은 지난해 러시아가 100년 만의 가뭄으로 소맥(밀)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는 등 주요 생산국들이 기상이변에 시달린 데다 신흥국의 육류 수요가 늘면서 사료용 곡물시장이 확대됐기 때문이었다. “작황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에 이후 곡물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올 8월 들어 다시 급등세를 탔다.
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곡물은 옥수수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통계를 보면 12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가격은 지난 30일 부셸(25.4㎏)당 7.63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7월29일 부셸당 6.65달러와 비교해 14.7%나 올랐다. NH투자증권 지기창 연구원은 “전 세계 옥수수 공급량의 38%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폭우 피해로 파종이 지연됐고, 가뭄까지 겹쳐 수급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에서 사료용 곡물 소비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도 옥수수 수급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소맥 역시 상승세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소맥 선물가격은 지난 30일 부셸(27㎏)당 7.5달러를 기록해 올해 7월25일 6.88달러보다 9% 올랐다. 기상이변으로 봄밀 작황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쌀도 세계 최대 수출국인 태국이 수매가를 올리고, 방사능 누출 사고를 겪은 일본의 생산이 상당 기간 위축됨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있다. 수급 요인 외에 달러화 약세가 곡물시장에 투기세력을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의 ‘0 금리 정책’으로 달러화 약세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달러화로 표기되는 곡물가격은 달러화 약세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금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면서 이를 대체할 자산으로 곡물이 주목받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동부증권 유경하 연구원은 “금에 대한 가격부담은 글로벌 자금 흐름을 더 높은 투자 매력을 지닌 자산군으로 확대시킬 것”이라며 “하반기 들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쌀과 소맥에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곡물가격이 재차 상승하면서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유화증권 최성환 연구원은 “애그플레이션은 특정 국가의 내부적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으로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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