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이나 유기농 원료로 가공식품을 만드는 박찬웅 현재농원 대표는 최근 국산 녹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었다.
"국내산 녹두가격이 얼만 줄 아세요? 80kg에 180만 원이에요. 근데 그 값 다 준다고 해도 구할 수가 없어요. 농촌에 사람이 없으니 녹두, 메밀 같이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은 아예 재배가 되질 않아요. 국내 농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어요."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고통 받는 건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국산 토종 재료로 가공제품을 만드는 생산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깊다. 폭우, 태풍, 일조량 부족 같은 기후 변화가 농가 인구와 농지 면적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에 겹쳐서 일어난 탓이다.
한 유기가공식품 생산업체의 영업과장은 "지난여름 폭우로 국내에 하나뿐인 유기농 미강유(현미유) 업체가 물에 잠겼다"며 "유기농뿐 아니라 국내산 재료도 구하기가 어려워 국내산만 고집했던 경쟁업체가 해외 농산물을 들여오는 걸 봤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 수입산이 미치는 영향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산 작물이 줄어든 탓이다. 2010년 기준 곡물자급률은 26.7%, 식량자급률은 54.9%, 칼로리 자급률은 50.1%로 낮아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의 곡물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28위라고 분석했다. 호주 프랑스 캐나다 미국 터키 같은 다른 회원국은 자급률이 100%가 넘도록 유지한다.
기후 급변은 식량자급률이 낮은 여러 나라에 충격을 미친다. 1993년 냉해를 입은 일본이 쌀 수입을 늘리자 가난한 쌀 수입국들이 직격탄를 맞았다. 국제 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2007~2008년 곡물가격 급등기에 필리핀은 국내 쌀 수요 중 60%밖에 수입하지 못하기도 했다.
박찬웅 현재농원 대표는 "우리 농가와 식품업체가 지속하려면 무엇보다 소비자의 선택이 중요하다"며 "소비자들이 농가 직거래 인터넷몰이나 중간유통을 거치지 않는 쇼핑몰에서 구매하면 농가들이 좀 더 많은 마진을 얻을 수 있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농원 등 농가 직거래식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로운몰의 박강태 공동대표는 "농가나 중소기업이 만든 국내산 식품을 사면 창출된 가치가 국내에서 순환돼 현재의 경제에 이롭고, 운송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적어 미래의 우리 후손에 이롭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