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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바뀌어야 - 농민신문
[ 2019-11-22 16:24:30 ]
글쓴이  
관리자
조회수: 7235        
링크 #1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TME/317165/view , Hit: 8915

[시론] 농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바뀌어야


네덜란드 시장개방 대처 교훈 삼아 장기 안목으로 발전기틀 마련해야
 
네덜란드는 튤립 하면 떠오르는 나라다. 오늘날 튤립은 물론이고 각종 화훼를 개발·재배하고 수출하는 네덜란드지만 튤립에 관한 아픈 기억이 있다. 조선왕조가 병자호란에 전전긍긍하던 1636~1637년 지구 반대편 네덜란드에선 ‘튤립거품(Tulip Bubble)’이 터졌다. 몇몇 튤립 애호가 사이에서 이뤄지던 튤립 거래에 서민이 가세하면서 튤립 모근의 가격이 치솟는 투기광풍이 불었다. 튤립 모근 하나에 집 한채가 오갈 정도였다. 그러나 거품이 빠지면서 사회는 큰 혼란을 겪었고 황금기를 구가하던 경제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역사상 최초의 거품경제 붕괴였다.

이후 세계경제의 주도권은 영국으로 넘어갔다. 당시 거시경제에 대한 안목이 없던 네덜란드의 위정자들이 손쓸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일찍 싹틔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와 개방적인 중계무역을 통해 얻은 경제적 기반을 굳건히 지켜왔다. 금융·서비스업, 유통업·농업에 집중하면서 강자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네덜란드의 농업경쟁력은 미국 다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농업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네덜란드를 말하는 이유다. 더욱이 네덜란드는 농산물시장을 개방하면서 오히려 농업경쟁력이 높아진 나라라는 점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농산물시장의 개방압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때마다 피동적으로 대처해왔다. 이런 방식이 앞으로도 가능할까? 올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발전된 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무역분쟁 중이던 중국을 타깃으로 삼으면서도 “멕시코·한국·터키도 개도국 지위를 주장한다”며 우리나라를 콕 집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지만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다.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걸까? 아니면 농업이 무너져도 어쩔 수 없다는 걸까? 최근 정부는 WTO에서 농업분야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예외적으로 인정받았던 농업분야에서의 높은 관세와 보조금 등을 차기 농업협상 타결 직후엔 선진국 수준으로 내려놔야 한다.

정부는 당장 큰 피해는 없을 거라고 장담하지만, 곧이들리지 않는다. 향후 정부가 내놓을 대책에 눈과 귀가 쏠린다. 다만 혈세로 보조금을 늘리거나 대기업의 손목을 비틀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임기응변식 처방과 단기적 접근방식은 한계에 직면했다.

이 대목에서 네덜란드 정부의 역할을 살펴보자. 네덜란드 정부는 1951년부터 유럽공동체(EC) 창립에 앞장섰다. 이로써 거대 유럽시장을 농산물 공급처로 확보할 수 있었고, 축산물과 화훼 생산물의 절반을 수출하는 전형적인 수출농업국가로 변신했다. 특히 미국 등에서 과잉생산된 곡물을 값싸게 수입해 양돈산업과 양계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시장개방을 과감하게 받아들여 농업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장기계획에도 소홀함이 없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1년 미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도산업(Top Sector) 9개 분야를 선정했다. 여기에 농식품(Agro-food)분야를 포함시켰다. 선도산업의 생산가치가 연 12%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쌀농사 등 주곡 생산을 포기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네덜란드 농업정책을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시사점이 존재한다.

현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농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긍정적 사고와 장기적 안목이다. 정부의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유리온실에서 재배한 네덜란드산 토마토의 경쟁력이 스페인산 토마토를 앞지른 것과 같은 일까지 바라진 않더라도, 최소한 실정과 오판으로 호란(胡亂)을 자처했던 역사적 교훈을 되풀이해선 안되지 않겠는가.

윤배경 (법무법인 율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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