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SG 등 전문가·소비자 인식 차 커
대화·정보교환 통해 합리적 결론을
어떤 이유이든 소비자에게 한번 나쁜 인상을 심어주면 명예회복이 힘들다. 특히 식품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과거 유해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무해물질로 판명된 화학조미료(MSG)와 사카린이 단적인 사례다.
MSG를 보자. 미국에서 중국음식을 먹은 뒤에 나타나는 메스꺼움·두통 등의 이상증상을 이르는 ‘중국음식점증후군’이 이슈로 떠오른 것은 1968년의 일이다. 당시 미국으로 이민 온 지 얼마 안된 중국인 의사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중국음식점에서 식사하고 나면 목의 감각이 마비되고 힘이 빠지며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MSG 부작용을 의심하는 글을 기고한 것이 계기가 됐다. 기고문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밝힌 논문이 아니라 ‘독자 의견’이었다.
중국음식점증후군은 1970년대에 이미 여러 전문기관의 연구에 의해 MSG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10년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과학적 판정은 바뀌었지만 국내 소비자의 불신은 그대로다. 지금도 ‘MSG 무첨가’는 건강에 이롭고 ‘MSG 첨가’는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렇다보니 수출용과 내수용 제품의 조미료 원료가 달라지기도 한다. 미국·캐나다·싱가포르에선 ‘MSG 무첨가’ 표시가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표기를 불허하고 있다. MSG를 사용하지 않는 음식점이 ‘착한 식당’이라거나 예능프로그램에서 ‘MSG 없는 입담’이란 표현을 쓰는 것도 MSG가 오해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다.
설탕보다 300배 이상의 단맛을 내지만 열량이 없는 인공감미료 사카린도 MSG와 동병상련의 처지다. 1977년 캐나다에서 사카린이 흰쥐에게 방광암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발암성 논란이 불거졌다. 1981년엔 미국 환경청(EPA)의 유해 우려물질 리스트에도 포함됐다. 이후 사카린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카린의 발암물질 논란도 오래전에 사실무근으로 판명이 났다. 발암 가능성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쥐·원숭이·사람을 대상으로 20년 이상 광범위한 연구가 이뤄졌지만 어떤 독성도 찾아내지 못했다. 2010년 EPA는 사카린을 인체·환경 유해물질 항목에서 삭제했다. 이후 미국에선 사카린 규제가 모두 풀렸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식약처가 사카린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과자·사탕·아이스크림 등 어린이 기호식품을 제외한 소스·막걸리·잼류·인스턴트커피 등에 사카린을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여론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는 식품업계가 선뜻 사카린을 사용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설탕을 사카린으로 대체하면 확실한 원가절감효과를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국내 소비자와 미디어는 대부분의 식품 관련 이슈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한번 부정적으로 인식한 물질에 대한 낙인을 좀처럼 거두려들지 않는다. 과학, 특히 독성학적 연구 결과가 ‘무죄’를 판정해도 이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조사처리식품, 식품 방사능, 파라벤 등 전문가와 소비자의 의견이 크게 차이 나는 이슈가 한둘이 아니다. 이제는 소비자와 전문가 양측이 서로 귀를 열고 진지한 대화와 정보교환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한단계 성숙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위해 소통)’ 시대를 열어야 할 때다. 또한 식품업계는 자사 제품에 MSG·사카린 등이 들어 있지 않다는 무(無)·제로 마케팅이 결국 해당 성분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과 불안을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박태균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