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품종 보호제도는 1883년 교황청이 새로운 농작물을 개발한 육종가를 장려하기 위해 ‘식물의 품종을 개량한 육종가를 위한 보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시행한 것이 효시다. 이를 바탕으로 식물품종보호법이 마련됐고 국제적인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 체제로 발전됐다. 우리나라는 품종보호제도를 도입해 시행한 지 20년이 넘었다. 1월말 현재 1만966품종이 출원됐고, 매년 600~800품종이 출원돼 500여품종이 등록된다.
출원된 품종은 실시돼 수요자나 농민이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시’란 주로 보호품종의 종자를 생산해 판매하는 행위를 말하며 수출이나 수입도 해당된다. 품종보호권자는 실시를 통해 품종육성에 투자된 비용을 회수한다. 그러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는 직무육성으로써 국가 또는 지자체의 권리로 등록되며, 주로 공익적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경기도에서 육성한 장미품종이 해외에서 로열티를 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실제로 실시를 통해 처분보상금을 받는 육종가는 드물다.
특히 국내 재배되는 딸기의 97% 이상이 외국품종이던 시절, 해외 로열티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우수한 국산품종을 잇따라 육성해 딸기 재배판도를 바꿔놓았다. 하지만 정작 딸기 육종가에게 돌아간 인센티브는 거의 없어 사기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권리가 유효한 5001품종의 실시율을 보면 국가 및 지자체는 전체의 23.6%, 종자업체는 69%, 외국품종은 41%를 차지한다. 국가 및 지자체의 실시율이 낮은 이유는 통상실시가 86%를 차지하고 무상 또는 정부보급종으로 보급하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에서 육성된 딸기 56품종의 실시사례를 보면 16품종이 12개 업체에 통상실시가 허락됐다. 하지만 충남지역 재배품종의 96%를 차지하고 전국 재배면적의 87%를 차지하는 <설향>과 <매향>은 통상실시권 허락절차 없이 무분별하게 생산돼 판매되고 있다. 이는 딸기품종의 국산화율 제고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품종의 관리 등 제도정착에는 소홀했다는 방증이다.
각 지자체는 정상적인 유통질서를 마련해 품종육성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종자업계는 직무육성품종 대부분이 규정에 따라 통상실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통상실시권에 대한 정확한 법적 의미를 이해하고 유통질서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통상실시권은 다수에게 동일하게 중복돼 허락될 수 있으며 제삼자의 침해가 있는 경우 사법적인 처리 권한이 품종보호권자에게 있다. 또한 종자를 생산해 판매할 경우 종자업 등록을 하고 보호품종의 경우는 보호품종임을 표시해야 한다. 보호품종이 아닌 경우는 생산판매 신고를 해야 한다.
종자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적 의지, 육종가의 우수품종 육성에 대한 노력, 종자업체의 적절한 실시 등이 요구된다. 그리고 농민과 소비자들도 품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품종보호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근진 (국립종자원 동부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