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기적 발생 대비한 대책 수립 필요 대체판로 확보·별도기금 마련 검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위기에 빠졌다. 우리 정부에선 감염병 확산을 막고자 연일 다양한 대책을 발표하고, 국민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국외에서도 확산일로다. 이러한 사태가 몰고 올 경제적 피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농식품 소비와 수급에 주는 영향도 지대하다. 먼저 소비자들의 외식 자제와 각종 행사 취소로 관련 농식품 소비가 감소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보다 주로 온라인 쇼핑몰이나 배달업체를 통해 농식품을 구매하는 등 소비패턴의 변화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간의 칼로리 섭취량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농식품 소비량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외식 소비가 줄면 가정식 소비가 늘어 농식품의 총 소비량에는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품목에선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단기적으로 심각한 수급불균형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졸업·입학식 등이 취소되면서 화훼류 소비가 급감해 화훼농가들이 극심한 어려움에 빠졌다. 외식 감소로 일부 채소류 소비도 줄었다. 개학 연기에 따라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친환경농산물의 판로가 막히고, 수출 감소로 딸기·파프리카 등 과채류 판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농산물 수급을 관리할 때 기상 상황, 재배 의향 등의 변수를 판단기준으로 삼아왔다. 감염병 같은 돌발변수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신종플루 등 다양한 바이러스성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유행한 사례를 볼 때 앞으로도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정부는 감염병 확산에 따른 농식품 수급관리와 농가지원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먼저 저장성이 약하고 특정 판매경로에 의존하는 농산물이 감염병으로 판로가 막힐 때 도매시장 등 대체 판로를 신속히 확보하고, 당초 약속된 납품가와 도매시장 판매가의 차이를 보전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학교급식에 주로 납품하는 친환경농산물이나 주력 수출 품목인 파프리카·딸기 등의 농가 피해는 이러한 프로그램에 의해 어느 정도 보전될 것이다.
화훼·특산물과 같이 행사·축제 등과 관련된 품목은 대체 판로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감염병 확산으로 이같은 품목의 가격이 폭락할 땐 경영비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 품목들은 다른 판매경로를 활용한 소비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직접 보조형태의 지원이 바람직하다.
이번처럼 감염병이 예고 없이 확산할 경우를 대비해 농가 피해보전을 위한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는 등 추경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신속하게 농가 지원에 나설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소비자의 먹거리 안정성 확보를 위한 농식품 수급계획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일부 지역에선 사재기 또는 원활하지 않은 물류이동으로 농식품 수급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감염병 확산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해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농식품 공급계획을 지역 푸드플랜사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역간 물류이동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도 지역 내에서 농식품을 조달할 수 있는 로컬푸드시스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일을 겪고 있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농식품 수급에 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김동환 (안양대 교수·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