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 수요 늘어 국산 농산물 판매↑
소비 지속할 수 있도록 전략 세워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하거나 임시휴업을 하는 회사들이 많아졌다. 초·중·고등학교 개학은 재차 연기됐고, 늦게나마 개강한 대학들도 한동안은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출과 외식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그동안 각자도생하던 가족들이 집안에 머무는 일이 많아지면서 “코로나19가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코로나19 사태는 식생활 소비 패턴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우선 외출을 꺼리면서 배달음식이 뜨고 있다. 중국음식·치킨·피자는 물론이고 곱창·샐러드·과일음료 등 거의 모든 음식이 배달된다.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온라인으로 식재료나 식품을 구매하는 추세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가 있는 가정을 중심으로 온라인 배송서비스업체를 통한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 매번 배달음식으로 한끼를 때우는 것이 영양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개학 연기, 재택근무 등으로 가정 내 식사를 많이 하게 된 소비자들은 간단히 데우거나 굽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부터 채소류·과일류·버섯류·육류 등 대부분의 식재료를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집으로 배송받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 할인점보다 동네 슈퍼마켓을 찾는 빈도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나 로컬푸드직매장의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월 중순 이후 한달 동안 가정식 식재료 소비가 늘면서 농협 하나로마트의 축산물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6% 증가했고, 국산 채소류 소비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업체가 주로 외국산 식재료를 사용하는 반면 가정에서는 국산을 많이 소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로컬푸드직매장의 매출도 증가세를 보이면서 판로가 막힌 농가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물론 코로나19 확산이 국민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만큼 농업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입학과 졸업·결혼 등 각종 행사가 연기·취소되면서 화훼산업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으며, 학교 등 단체급식에 공급하는 국산 친환경농산물의 판로가 막혀 생산농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토마토·파프리카·딸기 등 신선농산물 수출이 감소한 데다 농촌체험과 농촌관광사업, 영농인력 수급에도 큰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농업부문에 닥친 어려움에 절망만 하기보다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가정식 식재료 소비 증가 추세를 활용해 국산 로컬푸드 소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 먼저 농업계가 앞장서 가까운 동네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신선하고 품질 좋은 지역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나아가 이번 사태를 로컬푸드직매장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도시민들에게 지역특산물을 알리고, 지역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로컬푸드로 만든 음식이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환경을 보전하며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모쪼록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롭게 전개될 농식품 소비 트렌드를 잘 활용해 국산 농산물 소비 증대 효과가 범국민적인 로컬푸드 소비 촉진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