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근 경기부양법안 발효 농식품에 480억달러 이상 배정

일본, 농민 무이자·무담보 대출 외국인 농업인력 지원 등 나서

우리나라도 농식품 예산·대책 조속히 마련해 제때 시행해야
 
우리나라는 보건업계의 신속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환자 급증을 막을 수 있었다. 의료기업의 진단키트 개발, 공중보건의사들의 헌신, 사회적 거리두기,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확진자 동선 파악 등의 결과다.

코로나19 사태는 미국과 유럽에서 소비자들의 사재기를 넘어 국가 차원의 식량 민족주의를 부활시켰다. 러시아·베트남·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은 농산물 수출을 제한했고, 터키와 알제리는 식량 비축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는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 조만간 글로벌 식량 공급망과 농산물 무역을 위축시킬 것이다.

농산물은 산지에서 항구까지 차량으로 운송해야 한다. 트럭 기사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공급망이 크게 위축되고, 수입국들은 적기에 농산물을 수입하기 어렵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올여름부터 개도국과 식량수입국들이 식량안보에 위협을 받고 식량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주재로 몇차례 비상경제회의가 열렸지만, 농식품부문의 대책이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번기 동안 농기계 임대료를 50% 이내로 감면할 수 있다는 조치만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는 단기에 종식될 것 같지 않다. 식량의 75%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농식품부문 대책을 즉시 수립해야 한다.

미국은 의료 대책이 늦어 확진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고, 국가적 위기를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월27일 코로나19의 충격을 조속히 막기 위해 약 2조달러의 경기부양법안에 서명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농식품부문에 대한 대책과 지원액도 함께 발표했다. 경기부양법에서 480억달러 이상을 농식품부문에 배정한 것이다.

미국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9%이지만, 농업부문에 대한 지원은 전체 지원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상품신용공사(CCC)를 통한 곡물농가의 소득 및 가격 지원에 140억달러, 축산·특작·농산물 유통에 95억달러, 저소득층의 식량 지원에 251억달러를 지원한다. 또 미국 농무부(USDA)는 농민의 차입금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을 추진하고 농업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자 외국인 농업노동자의 비자 업무도 간소화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도 코로나19에 따른 농업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운 농민에게 대출 상한액 인상과 더불어 무이자·무담보 장기대출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 격리로 외식이 줄어들자 쇠고기 소비를 늘리기 위해 쇠고기 상품권 발행도 고려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농업인력 부족을 막고자 민관이 협력해 외국인 농업노동력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고, 출입국과 비자 업무도 지원한다. 학교급식 중단으로 급식비에 상당하는 비용을 농가에 지원하고, 납품 예정인 과일과 채소에 대한 판로 확대와 푸드뱅크 기부를 위한 운송비 지원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농식품부문에 대한 예산을 확보하고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자. 시기를 놓치면 아무리 좋은 대책도 소용이 없다. 단기 대책으로는 외식 감소와 학교급식 중단으로 소비가 급감한 친환경농산물의 판매촉진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신선도가 급속히 떨어지는 과채류의 판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감자·양파·고추 등 저장농산물과 축산물에 대한 소비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올 5월께부터는 글로벌 식량 공급망이 크게 위축되고, 외국인 농업노동자 확보도 어려울 전망이다.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밀과 사료곡물을 안정적으로 수입할 수 있도록 수출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농민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확대, 대출만기 연장, 금리 인하는 물론 안정적인 농업노동력 공급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식량안보가 무너지면 국가안보도 지킬 수 없다.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공급해 국민이 건강해야만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