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 없는’ 정부양곡…등급별 가격 차별화로 해법 찾아야
농식품신유통연구원 보고서 창고 70%가 노후화시설 보관역량도 100만t 초과 우수시설 중심 계약해야 소비자 눈높이 점점 높아져 원료곡 품질기준 상향을 올해부터 수확기 쌀 공급 초과가 예상될 경우 정부가 선제적 격리에 나서는 쌀 자동시장격리제가 도입된다. 이미 문제를 안고 있는 정부양곡 관리에 어려운 과제가 추가되는 셈이다. 전국적으로 4000여개에 이르는 정부양곡 보관창고는 노후화가 심각하고 활용률이 낮아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가 공공비축·의무수입 등으로 사들여 관리하는 쌀도 품질문제로 수요자들의 불만을 사는 일이 잦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을 검토한 ‘정부양곡 관리체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정부양곡의 보관창고 구조조정과 판매가격 차별화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수시설·저온창고 중심 물량 배정=2014~2018년 정부양곡 창고의 보관율은 33.4~49%였다. 보관창고는 4190곳이나 되지만 비축미 사료용 방출 등으로 재고량이 감소해 관리비용 등이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일부 시·군은 담당창고가 84~137개에 달해 월 1회 방문점검 요령을 이행하기도 벅차다는 게 담당자들의 하소연이다. 보고서는 이들 창고의 보관역량은 총 350만t으로 적정 수준을 100만t가량 초과한 것으로 평가했다. 공공비축미와 의무수입물량, 연속적인 시장격리 가능성을 고려해도 227만~259만t의 보관역량이면 충분해 창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현재 보관창고의 70%가 30년 이상 된 노후화시설임을 감안해 보관물량을 균등 배정하기보다 우수시설 중심으로 계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관리효율을 높이고 창고주의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또 품위 유지가 중요한 밥쌀용 원료곡과 가공용 쌀 일부를 저온창고에 선배정하는 등의 입출고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밥쌀용 15만t을 저온보관할 경우 현재 37.5%인 저온창고 보관율은 56%까지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양곡의 보관·가공·방출은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위임돼 있지만 현실에선 농식품부의 개입이 요구되는 시·도간 수급조정이 잦다. 생산이 많은데 수요가 적거나, 생산이 부족한데 수요가 많은 지역 여건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개선책으로 권역별 관리방안을 내놨다. 경기·충북, 충남·세종·대전 등 2개 이상의 시·도를 권역으로 묶어 관리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원료등급 등 반영 판매가격 차별화=정부양곡은 저소득층 복지미, 군관수용, 가공용, 사료용 등으로 공급한다. 하지만 수요자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밥맛이 떨어지거나 보관 중 쉽게 변질된다는 이유에서다. 2019년 수급권자 대상 조사에 따르면 ‘매우 만족(18.6%)’ 또는 ‘만족(43.6%)’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2.2%에 그쳤다. 보고서는 밥쌀용 정부양곡은 품위 기준이 ‘상’등급·혼합품종으로, 시중의 ‘특’등급·단일품종 쌀과 견줘 품질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원료곡을 상온에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고 시판 쌀에 비해 수분 함량도 낮기 때문이다. 밥맛이 좋은 쌀의 수분 함량은 15~16%이지만 2018년산 공공비축미의 수분 함량은 평균 13.8%였다.
정부는 공공비축미를 매입할 땐 등급에 따라 가격을 달리 매기지만 이를 판매할 땐 등급이나 보관원가에 관계없이 같은 가격을 받는다. 보고서는 원료곡의 매입등급과 보관여건을 고려해 판매가격을 차별화하는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원료등급(특·1·2·3등급)과 창고 유형(저온·상온)에 따라 판매가격을 8단계로 설정하면 최저가격(3등급·상온보관)과 최고가격(특등급·저온보관)의 격차를 82.2%까지 반영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정부양곡의 품질을 높이고 판매수입도 증대시킬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밥쌀용보다 품위 기준이 낮은 가공용 쌀에선 종종 포장재 조각 등이 검출되곤 한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기준이 높아지는 점에 주목했다. 정부양곡을 사용한 가공식품에서 이물질이 발생할 경우 식품안전문제로 비화하고 업체 경영에도 위험요소가 될 수 있어서다. 보고서는 이에 원료곡의 품질 기준을 가공용은 ‘상’으로, 밥쌀용은 ‘상’에서 ‘특’으로 높이도록 권고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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