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쌀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함량이 높아 힘을 내는 근원이다. 밥 한 공기는 350㎉의 열량을 낸다. 하루 세끼를 먹을 경우 우리 몸이 필요한 에너지의 65%에 해당되는 양이다.
그리고 밀가루에 비해 지방성분은 3분의 1에 지나지 않아 비만을 예방한다. 또 쌀 단백질에는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이 밀가루보다 두 배나 많이 함유돼 있고, 체내 이용률이 높아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낮춘다.
일본의 영양학자 마쿠우치 히데오는 쌀밥, 국, 김치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인의 식단을 “각종 성인병과 비만을 이길 수 있는 하늘이 내린 자연건강식”이라고 극찬했다.
이와 같이 쌀은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품이면서 정서적으로도 한국인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1901년 인천항을 통해 베트남 산 쌀 안남미가 국내 최초로 수입되던 날, 조선인은 쌀을 생명으로 간주해 “찰기 없는 수입쌀을 먹으면 사내는 바람에 날리고 여자는 정조가 가벼워 진다”라고 비웃었다.
1972년 구소련의 흉작으로 세계적인 식량파동이 발생했다. 쌀값은 3배나 폭등을 해 현금을 주고도 사기가 어려웠다. 이때 혼식과 분식을 장려하기 위해 흰 쌀밥을 먹으면 당뇨, 고혈압에 걸리기 쉽다는 억지 교육 덕분에 아직까지 성인병의 주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2010년 1인당 쌀 소비량은 72.8㎏으로 전년보다 1.2㎏ 줄었다. 1971년도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41.6㎏이었으니 40년 만에 거의 절반으로 감소했다.
용도별로 소비량을 살펴보면 밥으로 먹는 쌀 소비는 71.3㎏으로 전체 쌀 소비의 98%를 차지한 반면 떡 과자 등 가공용으로 쓰인 쌀은 1.5㎏에 불과했다.
현실적으로 밥을 통해 쌀 소비량 확대가 어렵다면 일본과 같이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사용해 소비를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재 쌀을 포함한 곡물의 식량자급률은 26.7%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중 28위이다. 앞서 가뭄으로 흉작이 되거나 수입에 차질이 생겼을 경우 몇 배의 대가를 치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식량수입국이었던 유럽도 제2차 세계대전 후 식량부족사태를 뼈저리게 경험하고 식량자급국가가 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식량주권차원에서 선진국 수준의 식량자급률은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쌀빵, 쌀피자, 쌀국수 등 주변에서 소비자가 자주 접할 수 있고 쉽게 접근이 가능한 가격대의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1년산 쌀 생산량이 420여만 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간 쌀 소비량에 약간 못 미치는 수치이며 30년 만에 기록한 최저 수확량이다. 기상과 재배 작황을 종합해 보면 생산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경우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경제주간지 블룸버그는 지난달 30일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인 태국이 쌀 수매가를 높임에 따라 세계 쌀 가격이 연말에 22% 오른다는 전망을 한 바 있다.
국제연합(UN)은 2030년까지 곡물생산량을 50% 더 늘려야 인류의 식량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량은 곧 안보와 직결이 된다. 부족하다고 수입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쌀이 우리의 주된 식량 공급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쌀 소비를 더 확대하고 치밀한 수요예측을 통해 쌀 수급조절시스템이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