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지의 주인은 누구인가 (2)21세기 소작제 - 임대차 현황과 문제점
통계청, 2017년 83만㏊ 집계 전체 농지 중 51.4% 달해 농촌 고령화로 면적 지속 증가
임차인 관련 법 규정 없고 구두계약 제재 수단 전무
지주 직불금 부당수령 여전 재촌지주 임대 제한도 문제
문재인정부의 핵심 농업정책인 공익직불제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직불제 중심의 농정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직불금 부당수령과의 한판 전쟁이 불가피해졌다. 농지 실경작자에게 직불금 혜택이 돌아가야 제도의 도입 취지가 살아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농지 임대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이유다.
◆임차 농지 비율 절반 넘어=1996년 농지법이 시행된 이후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는 원칙적으로 임대차가 금지돼 있다. 다만 질병·징집·상속·이농 등 일부 사유에 한해 임대차가 허용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임대차 농지는 전체 농지의 50%를 넘고 농지법상 허용되지 않은 불법 임대차도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는 게 농지 전문가들의 얘기다.
1945년 해방 직후 임차 농지 비율은 66%에 달했다. 하지만 1950년 농지개혁 단행 이후 급감하다 1960년대 이후 다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임차 농지 비율은 1990년 37.4%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3년엔 50%를 돌파했고, 2017년 기준 83만3000㏊로 전체 농지의 51.4%에 이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2015년 농업총조사’를 분석한 결과는 조금 다르다. 전체 농지면적 167만9000㏊ 중 농민(법인 포함) 소유는 94만4000㏊이고, 이 가운데 11만3000㏊가 빌려 농사짓는 땅으로 추산됐다. 비농민 소유 농지 73만5000㏊에선 무려 41만㏊가 임차 농지다. 즉 임차 농지는 전체 농지면적 167만9000㏊의 31%(52만3000㏊)고, 비농민이 소유해 주말농장 등에 이용하는 농지(32만5000㏊)를 제외하면 농민이 이용하는 면적(135만4000㏊)의 39%가 임차 농지다.
임차 농지 비율은 분석기관마다 다르지만 농가인구 감소와 농촌 고령화로 인한 상속·이농 등으로 임대차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임차인 관련 법 규정 없고 재촌지주 임대도 제한적=현실이 이런데도 임차농의 지위는 불안하기만 하다. 경작권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농사를 짓고 있으면서도 국가가 주는 직불금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에서부터 인삼과 과수 등 장기 투자가 필요한 작물재배는 엄두도 내기 어렵다는 토로들이 임차농들 사이에서 나온다. 농경연이 2016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품목별 임차 농지 비중이 쌀(52%), 시설농업(36%) 순으로 많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임대차 규범이 허술한 것도 임차농의 설움을 더한다. 현행 농지법을 보면 농지 임대차 규정은 임대인 자격과 임대차 가능 농지에 대한 것 정도다. 임차인(경작자)에 대한 규정은 전무하다. 현행법상 임대차 계약은 서면계약이 원칙임에도 위반 때 제재 수단이 없다보니 구두계약이 보편적이다. 이는 임대차 계약기간 보장이 어렵고 직불금 부당수령과 양도소득세 부당감면 등 농지 소유자의 부당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임차료 관련 규정도 없어 임차료가 급증할 경우 경작자 소득불안이 우려된다. ‘21세기 소작농’이라는 자조가 임차농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청년농 육성을 핵심 정책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젊은이들이 농지를 확보하지 못해 농업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재촌지주의 임대 자체가 제한(60세 이상, 5년 이상 자경한 농민)된 것은 이러한 어려움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만 하더라도 1㏊ 규모까지는 재촌지주의 임대를 허용한다. 청년들에게 농촌으로 떠나라고 하면서 먹고살 농지 확보는 쉽게 할 수 없는 구조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