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량안보·농촌경제 발전 위해
농업 스마트화 사업 추진해야
세계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안에 휩싸였다. 경제활동의 제한으로 나라마다 생산과 소비가 감소하고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제무역은 비상상태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와 전쟁을 선언하고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경제위기를 막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을 이루기 위해 한국판 뉴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의 기본 방향은 디지털 경제 전환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다. 뉴딜정책은 1930년대 대공황 극복을 위해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펼친 국가 주도 정책으로, 구제·회복·개혁을 3대 목표로 삼았다. 급증하는 실업자와 빈곤층을 지원하고자 긴급구제법을 제정·시행했다. 농업조정법을 만들어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고 농민 지원을 강화했다. 동시에 경제 회복을 위해 테네시강 유역 개발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서둘렀다. 노령연금과 실업보험을 제도화해 사회안전망도 구축했다. 뉴딜정책은 미국 경제가 대공황을 극복하고 다시 발전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한국판 뉴딜정책은 ‘DNA 3대 사업’을 핵심으로 한다. ‘D’는 디지털화를 뜻하며, 국가 기반시설과 도시 등에 스마트관리체계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N’은 네트워크사업으로, 원격교육과 인터넷 쇼핑 등 비대면산업의 육성을 말한다. ‘A’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미래산업의 인프라 구축을 의미한다.
한국판 뉴딜정책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를 연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성공을 담보하긴 어렵다. 우선 정부가 특정 사업을 지정해 돕겠다는 지원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동안 정부가 피상적으로 추진해온 혁신성장 정책을 재포장한 수준이다. 경제구조를 개조해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개혁의 청사진으로 한국판 뉴딜정책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한국판 뉴딜정책의 또 다른 문제는 정부 규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허용된 사업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판 뉴딜정책이 성공하려면 네거티브 규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네거티브 규제는 기본적으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사업을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집단이기주의 역시 걸림돌이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타당하고 필요한 사업이라도 기득권의 불이익이나 불안을 야기하면 집단 반발이 일어난다. 한국판 뉴딜정책을 올바르게 추진하기 위해선 노사정 대타협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단기 실적 논리에 따라 SOC의 디지털화 등 일부 건설사업에 치중할 경우 한국판 뉴딜정책은 구조적으로 경제불안을 심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한국판 뉴딜정책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농업 대책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간 이동이 제한되자 식량안보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인도·태국·베트남·러시아 등에서 곡물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기 시작했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국가간에 식량을 무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하면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설상가상으로 농촌 경제가 일손부족으로 악화일로다. 농가인구의 45%가 65세 이상의 고령농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외국인 근로자도 구하기 어렵다.
식량안보와 농촌 경제 발전을 위해 농업의 스마트화를 한국판 뉴딜정책의 주요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전통적인 영농을 전면적인 스마트팜체제로 바꾸고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농산물의 유통체제를 혁신해야 한다. 안정적인 생산체제와 소비구조 구축이 시급하다. 아울러 안정적인 농가소득을 위해 농산물 수급불안을 해소하고 자금 지원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농민수당 등 사회안전망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청년들의 농촌 유입을 대대적으로 유도하고 농업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가 중심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