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곡물·육류 등 안정적 공급 어려워
식량안보 차원 농지 보전·활용을
냉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80년대말까지 미국과 소련간의 갈등·긴장·경쟁 상태가 이어진 대립 시기를 말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책임론을 두고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고조됐다. 미·중 신냉전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양국은 21세기 세계 패권을 잡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무역분쟁·환율갈등·기술분쟁으로 이어져왔던 갈등이 코로나19로 폭발 직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타협할 기세 없이 서로 비방만 하고 있다. 갈등은 길어질 전망이다.
신냉전은 한국을 곤란한 궁지로 몰고 있다. 둘 중 하나를 지지하면 다른 한 나라와의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관계가 나빠질 수 있어서다. 특히 먹거리가 위협받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입 먹거리의 40% 이상을 미·중에 의존하고 있다. 2018년 농축산물 수입액 중 미국이 약 31%, 중국이 약 11%를 차지한다. 미·중과의 관계가 악화하면 곡물·육류·김치 등 기본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워진다. 전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식량위기는 코로나19 위기보다 가혹할 것이다. 코로나19 발원지를 둘러싼 미·중간 신냉전이 우리의 밥상과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냉전은 인간의 먹거리 권리를 침해했다. 소련은 1948년 냉전 초기 서베를린에 대한 식량 공급을 막았다. 미국은 1962년 쿠바에 무역제재 조치를 취했다. 1980년에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에 대해 곡물 수출도 금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신냉전은 최근 농산물 무역 보복으로 번지고 있다. 호주가 코로나19 발원지와 관련, 중국의 책임에 대한 국제조사를 제안하자 중국은 무역 보복에 나섰다. 지난달 중순 호주산 보리에 5년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호주산 쇠고기 수입을 일부 중단했다.
미·중간 신냉전이 격화되면 우리나라가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수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미·중이 글로벌 식량공급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돼지고기·유제품·곡물·과일 등은 수입 난항으로 가격이 폭등할 것이다. 미국 노동성은 4월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가 지난 50년 동안 가장 많이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육류 가격은 4.3%, 가공곡물과 빵 가격은 2.9% 상승했다. 미국이 외국 노동자를 구하지 못하는 데다 트럭운전사들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농산물 공급에 차질이 생겨서다. 특히 미국 육류가공공장 근로자들 사이에 코로나19가 번지면서 가공공장의 30%가 문을 닫았다. 그 여파로 우리나라 한우고기 경락값도 1998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치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산 수입 김치 가격 역시 약 50% 상승했다. 당장 저렴한 중국산 농산물을 수입하지 못하게 되면 식료품비와 외식비가 크게 상승해 필요한 식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중 신냉전 시대에는 농업의 안보적 가치에 대한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 세계화와 무역자유화로 경제성이 없다고 줄이기만 했던 논과 새만금지구의 농지 활용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때다. 사라진 농지는 원상 복구할 수 없다. 농지가 없으면 미래 식량위기에 대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문제가 생긴다.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공급하려면 적극적인 농지 보전·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