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인별 식량 낭비 현황 조사해
생산~소비 단계별 대책 세워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식량자급도가 낮은 국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식량안보 확보 대책으로 국내 생산·비축 물량 확대는 물론 식량 수출국과의 협정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식량의 생산·유통·가공·소비 단계에서의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식량 낭비란 생산현장에서 먹거리를 수확하고 식품으로 소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폐기를 의미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식량 낭비 규모는 전체 식량 생산량의 32%에 달한다. 따라서 식량 낭비를 줄이면 식량 수입 감축과 식량자급률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생산과정에서의 식량 낭비를 살펴보면 축산은 비효율적인 사양관리로 사료가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 원예농산물은 과잉생산으로 산지에서 폐기되는 물량이 적지 않다. 수확과정뿐 아니라 저장·포장·예냉 기법이 잘못 적용돼 낭비되는 물량도 상당하다. 특히 원예농산물은 품목마다 다르지만 저장·포장·상하차·도매·소매 단계에서 발생하는 손실률이 20~30%인 것으로 추정된다. 가공식품도 유통기한 내 판매부진, 취급 부주의 등의 문제로 상당량이 폐기된다.
소비단계에서는 조리·보관 과정에서 낭비가 발생함은 물론 남은 음식이 폐기된다.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가구당 평균 식품손실률은 9.9%로, 그 원인은 전처리 손실(6.1%), 잔반 손실(3.2%), 저장 손실(0.6%)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량 낭비를 줄이려면 원인을 파악한 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려면 원인별 식량 낭비 현황에 대한 명확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부분적인 실태 파악만 이뤄지는 만큼 정부는 생산·유통·저장·물류·가공·소비 단계에서 발생하는 식품의 손실·폐기 실태를 심도 있게 조사·발표해 관련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생산자와 생산자조직은 생산, 수확 후 관리 단계에서 발생하는 식품 손실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수확 후 관리는 제2의 생산과정으로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손실을 줄이면 생산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식량 낭비를 감축할 수 있는 수확 후 관리기술의 개발·보급과 생산자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가공식품 폐기를 감축하려면 유통기한표시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은 최상품질유지기한보다 짧다. 따라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식용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음에도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식품표시제는 국민 건강과 직접 관련된 문제인 만큼 신중한 논의를 거쳐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일반 가정과 식당·단체급식 등에서 폐기되는 식품을 줄이려면 식습관 개선, 식재료 선택과 식단 개선, 1회 제공량 제한과 더불어 식량 낭비 절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 배출처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급식업의 식량 낭비 감축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앞서 살펴봤듯이 식량 낭비를 줄이려면 식량 생산부터 소비 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식량 낭비 감축 정책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범부처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아울러 생산자는 물론 가공·외식 업체, 소비자단체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의식 전환을 위한 교육도 중요하다.
김동환 (안양대 교수·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