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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농산물의 명암 - 농민신문
[ 2020-09-04 14:26:37 ]
글쓴이  
관리자
조회수: 6655        
링크 #1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ESY/326112/view , Hit: 10481

[양승룡 칼럼] 못난이 농산물의 명암


‘착한 소비’ ‘정상품 값 하락 영향’

의견 분분…판촉 지원 신중해야


지난해말 신세계그룹 최고경영자는 유명 방송인의 요청으로 버려질 위기에 처한 강원도 농가의 못난이 감자 30t을 이마트 매장을 통해 완판한 바 있다. 올 4월에는 전남 해남산 못난이 고구마 300t을 이마트와 계열사를 통해 일주일 만에 모두 판매했다.

이렇듯 최근 유통업계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못난이 농산물’에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 티몬은 못난이 과일을 20~30% 저렴하게 판매해 매출을 높였다. 11번가는 전문 브랜드 ‘어글리러블리(Ugly Lovely)’를 출시했다.

못난이 농산물은 비규격품으로 외관에 흠이 있거나 모양 또는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이다. 과거 이러한 농산물은 버려지거나 싼값으로 가공식품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못난이 농산물 소비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못난이 농산물 자체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의 81.7%가 못난이 농산물이 시중에 판매되는 것을 알고 있고, 구매에 긍정적인 응답자도 72%에 이른다.

못난이 농산물은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의 농식품 소비 트렌드’로 선정하면서 농식품 소비에 중요하게 자리매김했다. 못난이 농산물 소비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키고 농가소득 증대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농산물 폐기물을 줄이는 착한 소비로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못난이 농산물 소비가 정상적인 고품질 농산물의 가격을 낮추는 부정적 효과도 있어 양날의 검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못난이 농산물은 열풍이 일기 전에는 유통되는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 농산물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상기후로 못난이 농산물의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소비자의 인식 변화와 적극적인 유통전략, 정부의 정책 지원에 힘입어 못난이 농산물 소비가 확대되면 전체 농산물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필자는 최근 못난이 농산물의 영향을 사과와 당근 사례를 통해 시나리오 분석해 농식품정책학회에 발표했다. 못난이 농산물 공급이 전체의 5% 또는 10%를 차지하고 못난이 농산물이 규격품 농산물을 100%, 80% 또는 50% 대체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연구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일반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사회 전체 후생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과 가격은 평균 19% 하락하고 대체재가 거의 없는 당근 가격은 44%나 하락했다. 그 결과 못난이 농산물 판매자의 소득과 소비자 후생은 증가하나, 정상 농산물 생산자의 소득과 소비자 후생은 더 많이 감소해 사회 전체 후생이 감소했다.

못난이 농산물은 전체 농가에 양날의 검이 틀림없으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못난이 농산물 판촉 지원은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사안이다.

최근 정부는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가공 수요 확대와 수출 증가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해당 농산물 가격을 하향 압박할 뿐 아니라 대체효과를 통해 다른 품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못난이 농산물 소비확대 정책은 정부의 고품질 농산물 생산 정책과도 상충한다. 소비자에게 친환경농산물로 오인될 수 있는 못난이 농산물이 우리 농업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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