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더 즐거운 이유는 정성을 다해 준비한 맛있는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이클 폴란은 ‘잡식동물의 딜레마(Omnivore's Dilemma)’란 책에서 "인간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추석에도 우리 어머님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자식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 우리 농산물을 주저 없이 선택했을 것이다. 딜레마는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때 생긴다. 선택의 기회조차 없다면 고민할 이유도 없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OECD 평균(83%)에도 훨씬 못 미치는 26%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향후 10년 후에도 선택의 기회가 있을지 매우 걱정스럽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농가인구는 306만 명으로 5년 전에 비해 10.8%인 37만 명이 감소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인 농가인구 고령화율은 31.8%로 전체 인구의 고령화율 11.3%에 비하면 농촌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2010년 한 해 동안 여의도의 약 26배에 해당하는 2만2000ha의 농지가 사라졌다. 우리의 낮은 식량자급률을 감안할 때 농지감소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너무나 불안한 일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1년산 쌀 생산량이 420여만 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간 쌀 소비량에 약간 못 미치는 수치이며 10년 만에 기록한 최저 수확량이다. 기상과 재배 작황을 종합해보면 생산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경우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경제주간지 블룸버그는 지난달 30일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인 태국이 쌀 수매가를 높임에 따라 세계 쌀 가격이 연말 쯤 22% 오른다는 전망을 한 바 있다. 국제연합(UN)은 2030년까지 곡물생산량을 50% 더 늘려야 인류의 식량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식량이 곧 안보인 세상이다.
프랑스 요리를 세계화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알려준다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할 수 있다"라고 했다. 먹는 음식으로 그 나라의 문화까지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아마 올해에는 이상기후로 인해 예년보다는 덜 풍성한 추석을 보냈으리라 생각된다. 고향을 다녀온 여운이 가시기 전에 10년 후에도 국내산으로 마련한 풍성한 음식으로 차례를 지낼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식량주권을 지켜 우리의 먹을거리를 우리가 선택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