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英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장 존 베딩톤 경
자연재앙 등 변화 이미 시작…엄청난 경제손실 초래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빨리 줄이는게 유일 해법
영국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장 존베딩톤 경(Sir John Bedding tonㆍ사진)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한국을 첫 공식 방문했다. 그의 이름 앞에 붙는 Sir는 영국사회에선 최고 명예의 상징으로 2010년 6월 영국 여왕 생일 기념식에서 기사작위를 받았다. 베딩톤 위원장의 방한 목적은 과학 혁신분야에서 국가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ㆍ영 간 공동 연구 활성화를 촉진하는 데에 있다.
5일에는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서 주한 독일대사관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주한 영국대사관, 주한 유럽연합 대표부, 그리고 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ADeKo)가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위기의 이해와 기회의 포착’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 공동학술대회에서 베딩톤 위원장은 “기후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낳고 있다”면서 “기술과 과학의 힘을 합쳐 인구 증가, 식량, 물, 에너지 안보 등 종합적인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 기후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We cannot ignore climate change). 하지만 기후변화를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다른 주요 문제들의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But we need to think about climate change in the context of other major problems the world faces). 특히, 10억명의 사람들이 빈곤에 놓여 있다. 심각한 에너지 빈곤 탓에 14억명의 사람들이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 물의 경우 10억명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식량 안보, 물 안보, 에너지 안보 등을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또 다른 핵심은 세계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안 있으면 70억 번째 아기가 태어나게 된다. 내가 태어났을 땐 지구상에 인구가 20억명이었다. 현재도 아프리카에서 10억명, 아시아에서 10억명이 늘고 있다. 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천연자원 사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메시지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현상을 별개로 봐서는 안된다. 기후변화를 식량 문제를 잊어버리고 다룰 순 없다. 물 부족 문제를 기후변화와 별개로 다룰 순 없는 것이다. 모든 문제를 통합해서 생각해야 한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하고 과학과 기술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 나가야 한다.
-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 지난 20년간 자연재앙이 초래한 경제적 손실은 엄청났다. 모든 자연재앙이 기후변화 탓에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후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홍수,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가들을 봐도 알 수 있다. 경제적 손실을 정확하게 수치화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기후변화는 이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홍수, 가뭄, 태풍, 해수면 상승 등에 취약한 국가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고 아시아에도 강의 범람, 홍수가 심각한 국가들이 있다. 물 부족은 농작물 생산의 감소로 이어지고 식량 가격을 상승시켜 빈곤을 부채질할 것이다.
-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 가능한 한 빠르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 외에는 진정한 해결책이 없다(Well, there is no real solution other than reduction of greenhouse gas emission as quickly as possible).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만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게 중요할 것이다. 두 번째는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화석 연료에서 다른 에너지 생산 방식으로 바꾸는 것인데, 핵에너지, 신재생 에너지, 대체 에너지가 포함된다. 예를 들면, 화석 연료인 석탄이나 가스에서 탄소를 분리하거나 탄소를 포획하는 방법도 있다. 몇 가지 방법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렵고 현재 기후변화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 공동체가 노력하고 개별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 세계적인 환경 전문가를 꿈꾸는 한국 학생들에게 한마디해 달라.
▶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교수 출신이라서 그럴 수 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말하고 싶다.(웃음) 현재 직면한 문제들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어떤 학생들은 엔지니어가 돼서 기술적인 방법으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도울 것이다. 모든 환경 문제를 해결할 한 가지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양한 위협과 환경의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사실 기후변화 자체가 위협이다. 따라서 어느 특정 학문이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경제학자, 물리학자, 엔지니어, 의료인 모두 필요하고 동물과 식물을 이해하는 사람들도 필요해질 것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직업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각자 자신을 흥분시키는 과목을 공부해서 환경 문제에 기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포커스신문사 | 글 이동호·사진 김유근·영상 이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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