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면 누가 이익을 보는지 물어보면 모두가 소비자라고 답한다. 그럼 손해 보는 자는 누구인가 물어보면 이때는 이구동성으로 농민이란 답이 돌아온다.
과연 그런가? 시장개방의 득실에 관한 이와 같은 인식은 농업을 순전히 시장의 논리로만 파악하기 때문이다.
시장가치로 보면 우리 농업은 국내총생산(GDP) 비중 2%의 보잘것없는 산업이다. 이것이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농업이 경시당하는 이유다. 경쟁력 없는 비효율적 산업이라며 농산물은 수입해서 먹는 편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쉽게 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은 그렇게 단순한 계산법으로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농업은 토지를 포함한 자연자원을 본질적 요소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농업은 자연, 환경, 생태계와 직결되고, 수자원 보존과 농촌 지역사회 유지, 그리고 국토균형발전 문제와 깊이 연결돼 있다. 식량안보가 흔들리고, 자연과 환경이 파괴되고,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이 위협을 받는다면, 그리고 농촌 지역사회와 국토가 황폐화한다면 이는 더 이상 농민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문제요, 국가의 문제이며, 우리 후손들의 문제인 것이다. 국내에 일정 수준의 농업자원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고, 농산물 시장개방이 간단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자원고갈과 환경,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농업의 영역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고유가 시대에 농업에서 친환경 바이오 연료를 생산해내고, 로컬푸드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몇 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곡물파동 이후로는 애그플레이션 현상과 식량수급 불안이 더 잦아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세계 1차 산업의 GDP 비중이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이른바 클라크(C. Clark) 법칙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식량안보는 곧 국가안보다.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들치고 주요 곡물의 자급률이 100%를 넘지 않는 나라가 없다. 산악지대로 뒤덮인 스위스나 척박한 사막의 땅 이스라엘도 식량자급률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세계 최하위 26% 수준의 자급률에 불과한데도 농지 감소는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자유무역협정(FTA) 시장개방에서는 세계 최전선을 달리고 있다. 농업기반은 한번 무너지면 공장을 다시 세우듯 쉽게 회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난 해 한·유럽연합(EU) FTA 발효에 이어 한·미 FTA 발효도 오는 15일로 목전에 두고 있다. 금년 들어서는 한·중 FTA까지 서두르고 있다. 농업에 관한 한 중국과의 FTA는 그 영향력이 핵폭탄급이다. 흔히 생각하듯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여 소비자가 이익이고 농민들만 손해라면 우리는 크게 고민할 이유가 없다. 시장개방에서 얻는 이익으로 피해 농가에 보전해 주는 소득재분배 시스템만 갖추면 되기 때문이다. 농산물 시장개방의 정작 피해자는 국민이고 국가이다. 그런데도 농민들만 생존을 위한 반대투쟁을 벌일 뿐, 국민들 대부분은 침묵하고 정부는 피해보상이란 당근을 앞세워 밀어붙이고 있다.
농업은 농민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 국가존립의 기초요 기반산업이다. 농업 경시는 자연, 환경, 생명의 경시이다. 당장 눈앞의 작은 이익에 급급하면 국가존립의 기반을 잃게 된다. 멀리 보아야 한다. 정부와 국민 모두 농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농업이 계속 시장개방의 희생양이 된다면 그 결과는 머지않은 미래 우리와 우리 후손들에게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이용기 | 영남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