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위기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브라질·호주·러시아·중국 등 주요 곡창지대가 최근 홍수와 가뭄 등 잇단 기상이변으로 큰 타격을 받아 국제 곡물값이 급등하고 있다.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이 취약한 우리나라도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최근 정부가 해외식량기지 구축과 곡물 비축제 도입 논의에 나선 것은 국제 곡물 수급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우리 경제도 세계 식량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다.
◆세계 식량위기 파장 우려=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0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29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밀·옥수수·콩 등 주요 곡물값이 최근 6개월 새 갑절로 오르는 등 곡물값이 급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곡물값의 가파른 상승은 식료품값 인상으로, 이는 다시 성장 둔화로 연쇄작용을 일으켜 경제 전반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최근 국제 곡물 수급불안이 국가경제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조짐을 보이자 국책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잇따라 2008년 애그플레이션의 재발을 우려하며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민간연구소도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우리 경제의 취약한 식량 공급능력을 지적하고 국내 공급능력 및 체질 개선, 수입구조 개선 등 신 식량안보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취약한 식량 공급능력=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펴낸 ‘글로벌 식량위기시대의 신 식량안보 전략’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식량의 양적 확보능력은 물론 질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식량 공급의 안정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고려해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식량안보지수는 2006년 100.9를 정점으로 하락, 2008년 가장 낮은 95.2를 기록했다<도표 참조>. 특히 2008년 기준으로 우리의 식량안보지수는 안정성(96.2)보다 안전성(94.2)이 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중국·인도 등의 곡물 수요 증가와 바이오연료 생산 및 사료용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잇따른 기상이변으로 곡물 생산이 감소함에 따라 우리의 식량안보는 더 취약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곡물 생산국들이 수출제한(식량무기화)에 나섬에 따라 향후 우리의 식량안보가 위협 받게 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안정·안전성 고려한 체질 개선 시급=국제 곡물 수급 변동성 확대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우리의 식량안보는 식량의 양적 확보능력 강화는 물론 질적 안전성 측면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식량자급률과 같은 양적 목표 달성에만 주력한다면 안정적인 공급능력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국민의 건강 및 수입 안정성과 같은 질적인 측면이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식량안보 강화를 위해 안정성과 안전성 모두를 고려한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특히 국내 공급능력 개선을 위해 민간을 활용한 식량 비축제도 개선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박환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요 곡물에 대해서는 연간 소비량의 약 17%를 의무적으로 비축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비축량 17%는 약 두달치 분량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권장치에도 부합하며 비용을 고려할 때도 적합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경제연구소는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해외식량기지 건설, 선물시장을 활용한 곡물 수입가격 위험관리, 농업 및 환경분야 연구개발(R&D) 예산 획기적 증대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민신문> 이경석 기자 kslee@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