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카자흐도 곡물생산 `빨간불`..커지는 식량대란 우려
올해 곡물 수확·수출규모 전망치 잇달아 하향 가뭄과 홍수 등 이상기후 여파 나타나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미국이 56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맞으면서 주요 곡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역시 기상 악화로 곡물 수확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혀 글로벌 식량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농업부는 올해 곡물 수확량 전망치를 종전 8500만톤에서 8000만~8500만톤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올해 곡물 수출 전망치도 기존 1600만~1800만톤에서 1600만톤으로 낮춰 잡았다. 이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이상 기후를 반영한 것으로, 미국보다는 상황이 좀 낫다지만 러시아 역시 가뭄과 홍수로 인해 입은 타격이 상당하다.
러시아 주요 곡창지대는 올 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며 작황이 부진하더니 5월 들어서는 갑자기 폭우가 내리면서 이제는 홍수로 인한 피해를 걱정해야할 지경이다. 러시아 농업부는 “예상치는 끊임없이 조정될 수 있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곡물시장의 반응은 즉각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 3위 밀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밀 가격 변동이 특히 심하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밀 9월 인도분 가격은 장중 부셸당 8.98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년 전 러시아 정부가 밀 수출을 금지했을 당시의 수준을 웃도는 것. 밀값은 한 달 새 47% 급등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러시아의 올해 밀 수출 규모가 고작 700만톤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내놨다. 이는 지난해 수출 규모인 2130만톤은 물론 미국 농무부(USDA) 추정치인 1200만톤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다.
세계 6위 밀 수출국인 카자흐스탄에서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무슬림 우미르야예프 카자흐스탄 농업부 차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카자흐스탄의 곡물 생산이 지난해보다 48%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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