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제사회의 관심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식량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지난 8~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제20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한 정상들은 식량안보를 대폭 강화키로 한 ‘블라디보스토크 선언’을 채택했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곡물가격 상승이 식량 수입 개발도상국에 유가 상승보다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APEC 차원의 국제적 공조방안 합의를 제안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식량안보가 최우선 의제”라고 말하며 식량위기에 대한 각국의 관심을 촉구했다.
세계 정상들이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 얽혀 있는 수많은 과제에 앞서 식량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지금 전개되고 있는 식량 부족사태가 곡물값 폭등에 이어 곡물수출 제한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도 식량을 살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최근 3개월간 국제 옥수수값이 50%나 폭등한 것은 미국 곡창지대를 황폐화시킨 극심한 가뭄 때문이다. 이로 인해 콩값은 20%나 올랐다.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지난해 22.6%로 일본의 28%보다 낮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등지의 극빈국을 제외하면 자급률이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남아도는 쌀을 걱정하고, 국민들은 식량위기를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하고 있음은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곡물자급률을 32%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농지면적은 매년 1만7,000㏊가 사라지고 있다. 증산과 감산의 정책이 혼재되고, 정책목표와 수단이 따로 노는 상황에서 식량안보를 논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국제사회에 식량위기를 경고하고 나서는 판에 정작 국내에서는 이를 ‘강 건너 불 보듯’ 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