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보기>
◀ANC▶
세계 각국이 어떤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 청양고추도 여기 등장하는데요.
다름 아닌 씨앗, 종자시장에 관한 얘기입니다. 이게 얼마나, 왜 중요한지 뉴스플러스에서 심층보도합니다.
먼저 권순표 기자입니다.
◀ 기 자 ▶
제 뒤로 보이는 이 시설은 북극 인근의 '영구동토층' 즉 영원한 얼음의 땅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하 130미터 깊이에 핵미사일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뭐하는 곳일까요?
바로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고 불리는 노르웨이 소유의 종자저장소입니다.
이 곳엔 우리나라의 이 볍씨를 비롯해 전 세계의 종자 2백만종이 보관돼 있습니다.
종자연구와 개량을 위한 전진기지, 선진국들이 벌이고 있는 씨앗전쟁의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총성 없는 전쟁,'종자전쟁'의 실체와 여기서 밀리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양효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CR▶
크리스마스 시즌.
이맘 때면 크리스마스트리가 날개돋친 듯 팔려 나가고, 그 시장 규모는 미국에서만 우리돈 5천억원대에 이릅니다.
산허리부터 짙은 안개를 머금고 있는 한라산.
다채로운 생물의 서식지, 해발 1100미터를 넘어가자 한 겨울에도 푸른 잎이 빼곡한 상록수 군락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구상나무입니다.
이 구상나무는 전 세계에서 유독 한라산에만 자생하는 고유종입니다.
그러나 정작 이 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해외에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SYN▶ 김성규/경기도 이천
"이 나무가요? 크리스마스 (나무) 종자가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거였어요? 처음 들어봤죠. 당연히."
20세기초 미국인이 씨앗이 가져간 뒤 개량을 거쳐 '크리스마스 트리'용 나무를 등록했습니다.
이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이 개량된 구상나무를 재배하려고 해도 씨앗값을 고스란히 미국에 내야하는 상황입니다.
우리 매운 맛의 상징인 청양고추.
역시 미국 회사가 종자권을 가져갔고, 농민들은 청량고추를 재배할 때마다 씨앗 값을 내야합니다.
이런 식으로 종자권을 뺏긴 우리의 토종 작물만 2만4천여점에 이릅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각 종 외래종에 대한 종자값 지불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전남 목포의 김 양식장.
'김밥 김'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 방사무늬 김은 대부분이 일본 품종입니다.
◀SYN▶ 김학태/전남 목포
(일본품종인 줄 알고 계셨어요?)
"모르죠. (로열티를 내게 되면) 불만이 많겠죠. 지금까지 우리가 계속해 왔는데.."
몇몇 신품종이 개발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양파나 당근, 토마토는 80% 이상, 무와 배추, 고추는 반 이상이 종자에 대한 소유권을 외국 기업이 가지고 있고 꽃과 과일은 90%가 외래종입니다.
올해부터 국제신품종 보호협약이 발효되면서 지난 2000년 30억원에 불과했던 종자 로열티만 200억 원을 돌파했고 곧 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제 종자 산업은 단순히 작물재배의 수단을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 파프리카의 씨앗은 1g당 13만원 정도로 같은 무게의 금값보다 두배 이상 비쌉니다.
이런 무한한 부가가치의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세계의 거대 종자기업들입니다.
이런 시장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리의 생존전략은 무엇일까요?
정준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VCR▶
세계 최대의 종자기업 몬산토.
이 회사가 종자로 벌어들이는 한 해 수익은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팔아 얻는 수익인 5조원대에 이릅니다.
이런 종류의 10개 다국적기업들이 세계 종자산업의 70%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종자산업의 강자들은 이른바 '터미네이터 종자'기술까지 개발했습니다.
씨앗을 사와 농사를 지은 뒤 여기서 얻은 씨앗을 다시 뿌리면 아예 싹이 나지 않도록 만든 것입니다.
유전기술로 '불임씨앗'을 만들어 매년 로열티를 지불하도록 고안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종자산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충남 논산의 딸기 농장.
국내에서 독자개발한 품종인 '설향'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생산량은 기존 일본 품종보다 2배가량 높고, 당도와 수분면에서도 월등합니다.
◀INT▶ 강대성/충남 논산
"모든 품종중에 이것만한 품종을 못봤어요. 지금까지. 수량면에서 거의 배 생산을 한다. 보기도 좋고 색깔도 좋고."
이 설향의 등장으로 10% 미만이었던 국산 딸기 종자비율은 70%까지 뛰어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공사례는 아직 극소수.
우리의 종자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몬산토 한 개 기업의 1년 연구개발비는 우리나라 전체의 연구개발비보다 많습니다.
문제는 영세성.
천 여개에 달하는 국내 종묘 업체 가운데 종업원수가 10명이상인 곳은 20여곳에 불과합니다.
◀SYN▶ 최근진 과장/국립종자원 재배시험과
"해외시장에 맞는 작목을 선택을 하고 거기에 맞는 품종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게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농업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전 세계 종자시장의 규모는 현재 80조, 7년후엔 170조 규모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규모도 규모이지만, 우리가 종자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야 하는 더욱 중요한 이유는 종자전쟁이 미래 식량안보를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MBC뉴스 정준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