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
인류 사용가능한 물 겨우 1% 불과
석유 아닌 ‘물 패권’ 다투는 시대 도래
네덜란드, 연간 10조원 물 산업 수출도
‘하루 8200명, 한해 300만명 사망.’
전 세계가 전쟁에 휩싸여 서로가 죽이고 죽던 1900년대 초반의 얘기가 아니다. 물 부족으로 한해마다 죽어가는 지구촌의 현재 상황을 단적으로 압축한 말이다.
UN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60억명의 인구 중 12억명이 안전한 마실물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해마다 300만명이 각종 수인성 전염병 등으로 목숨을 잃고 있으며 이중 18세 미만 청소년이 2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지구 표면의 70%가 물로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또 죽어갈까. 사실 지구 표면의 70%는 물로 구성돼 있는 게 맞다. 하지만 지구상의 물 중 97.5%는 우리가 자연상태에서 이용할 수 없는 바닷물이다. 나머지 1.5%도 만년설이고 우리 인류가 이용할 수 있는 물은 고작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UN은 지난해 “세계 물 부족 국가가 오는 2025년까지 5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3년 올해를 ‘세계 물의 해’로 정했다. 3월 22일은 UN이 정한 21번째 ‘세계 물의 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물 가용량 129위의 물 부족 국가=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같은 물 부족 현상에서 안전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1인당 물 가용량이 세계 129위인 심각한 물 부족 국가다.
UN은 해당 국가의 한 사람이 연간 사용하는 물의 양을 기준으로 물 부족국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1인당 물 사용량이 1000㎥ 미만인 경우를 물 기근국가, 1000~1700㎥ 미만을 물 부족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UN의 국제인구행동연구소(PSI)의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물 사용량은 2000년 1488㎥로 명백한 물 부족국가다. 하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2020년 이후에는 물 기근국가 기준에 근접한 1199㎥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현재 물 기근국가는 쿠웨이트,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요르단, 예멘,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19개 국가다. 또 물 부족국가는 한국, 이집트, 리비아, 모로코, 오만, 폴란드, 벨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이티 등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량이 1293㎜로 세계 평균치인 973㎜를 크게 웃돌지만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에 집중되는데다 지형의 70%가 산지로 이뤄져 대부분 빠른 시간 내에 바다로 빠져나가는 특징이 있다. 더구나 인구밀도가 높다보니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민 한명당 하루 물 사용량은 395ℓ로 독일(132ℓ), 덴마크(246ℓ), 프랑스(283ℓ) 등 선진국들보다 최대 3배에 달하고 있다.
◆‘생각보다’ 적은 물, ‘생각보다’ 방대한 물 산업=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다. 지구 전체 수자원양은 일정한데 산업화와 인구증가로 물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는 수자원이 한 나라의 국부를 좌우하는 바야흐로 ‘블루 골드(푸른 물을 금에 비유한 말)’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일본경제산업성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물 산업 규모는 2007년 3620억달러에서 2010년에 4800억달러로 성장했으며 2025년에는 2배에 가까운 865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전 세계 인프라 투자의 55.1%가 물 인프라에 집중될 것으로 한 전문기관은 전망했다.
이 때문에 주요 선진국들은 이같은 블루 골드 시대가 올 것을 일찌감치 예상하고 물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 2005년 물 산업에 눈을 떠 연간 10조원 이상을 수출하는 물 산업 기술 강국으로 도약했다. 물 산업을 전통적인 상·하수도기술 외에 간척지개발·관리, 생태복원, 수자원·하천관리 부문 등의 델타기술(Delta technology)로 개념을 정립해 이를 발전시켜 대표적인 기술강국으로 부상했다.
이에 앞서 프랑스는 지난 1980년대부터 민간기업 육성에 나서면서 베올리아, 수에즈 같은 대형 물 기업을 탄생시켰다. 이들 기업은 2001년 상·하수도 서비스 국제표준인 ISO/TC224 도입을 제안하는 등 세계 물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물 기근국가인 싱가포르도 일찌감치 물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국 영토 내 취수원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첨단 기술이 집약된 다양한 물 산업 프로젝트를 추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물 산업 기술력을 축적했다.
이에 더해 지난 2006년 환경·물산업위원회를 설치해 2015년까지 싱가포르를 글로벌 물 산업 허브로 발전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 중에 있다.
◆한국도 여러 방면서 서서히 두각= 우리나라도 지난 2006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물 산업 육성방안 및 세부 추진계획이 성과를 내면서 서서히 세계 물 산업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하천정비 프로젝트인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경인아라뱃길사업’ 등을 통해 유역종합개발 부문에서 새로운 물 산업 영역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상하수도사업 시장도 약 12조6000억원(2007년 기준)으로 세계 8위 규모까지 성장했다. 기술력도 글로벌 수준의 운영과 수질분석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대체수자원개발도 해수담수화 플랜트 부문에서는 세계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20세기 중동이 석유를 바탕으로 국부를 이뤘다면 이제 시작된 21세기는 누가 물의 패권을 쥘까. 그 숨 가쁜 경쟁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관웅 파이낸셜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