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말없이 다가오는 식량문제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은 먹을 것이 없어 굶어야 한다'고 얘기하면 몇 명이나 공감할까? 그 정도로 식량위기의 심각성을 느끼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 말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2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1990년 43.1%에서 2011년 22.6%로 연평균 3.3%포인트씩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는 OECD 주요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120%), 캐나다(180%), 독일(124%), 프랑스(174%) 등 선진국 대부분이 완전자급 수준 이상의 곡물자급률을 유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왜 식량자급률은 계속 낮아지는 걸까? 그 해답은 곡물수요는 증가하는데, 곡물생산량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곡물수요는 1990년 1628만 2000 톤에서 2011년 2143만 5000톤으로 32%가 증가했다.
그럼에도 국내 곡물생산량은 1990년 701만 3000톤에서 2011년 484만 6000톤으로 낮아졌다. 다시 말해 농민들이 곡물생산을 줄인 탓이다.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 제값을 못 받은 농민은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거나 심지어 농지를 버린다.
뒷갈이하지 않는 농토가 60만㏊에 해당하고, 매년 여의도의 약 60배 이상의 농지가 '효율'과 '성장'이라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
국제사회에 식량안보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2008년 국제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었던 식량위기는 얼마간 안정기를 보이다 다시 상승하여 2011년 2월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의 도화선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제한조치임을 상기한다면 식량문제가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과 언제든지 식량을 무기화한 국제곡물시장의 어두운 먹구름이 우리 사회에 드리워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한번 농민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그들은 곡물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 제값을 못 받은 농민은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거나 심지어 농지를 버릴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식량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 정부는 농지보전정책과 더불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농업소득의 하락분을 충분히 보상해 줄 수 있는 농업직불제에 대한 강화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
또한 농업이 상공업과는 달리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생명의 보고(寶庫)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가져야 할 시기이다. 지금 당장에야 농산물을 수입해서 부족한 식량을 충족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식량 대재앙이 발생한다면 '국민 10명 중 8명은 굶주려야 한다'. 이렇게 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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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석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webmaster@idomi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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