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은행이 지구촌 식량파동을 경고했다. 현재 세계경제는 주요 곡물의 재고가 너무 적어 식량 공급과 가격 파동의 코앞에 선 형국이라는 것이다. 이는 2009년 현재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이 26%대인 우리의 식량안보 현실에 대한 무시무시한 충고와도 같다.
올해 초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결과도 섬뜩하다. G20은 회의 후 공동성명에서 식량·원자재값 급등이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을 멈추게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지난해부터 식량위기를 잇달아 경고해 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에 대처할 만한 근본처방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로 인한 불안감은 결국 국민이 걸머져야 할 고통이다.
세계은행 등의 식량파동 경고는 FAO의 식량가격지수에 근거한다. 이 지수는 지난 2002~2004년 국제가격을 100으로 할 때 올 2월28일 기준 236.76으로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다. 이는 애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던 2008년 6월의 224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한달 뒤인 3월엔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220 선을 유지해 ‘식량값 폭등의 활화산’이 언제라도 터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응책은 자급률 제고보다 해외 조달 증대를 통한 수급 안정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는 듯하다. 해외 조달은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의 조기 도입 및 확대로 최근 들어 국내 농산물값이 줄줄이 하락하는 데 한몫했다. 덕분에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했을지 모르나 농업인의 영농의욕이 추락한 것이 문제다.
그때그때 곶감 빼 먹는 식의 해외 조달 정책은 땜질식 근시안적 처방의 전형이다. 농업인의 증산의지를 꺾어 결국 제 발등 찍는 꼴이 된다면 국가적 불행 아닌가. 세계은행 등의 경고가 우리의 불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식량자급률 제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