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농촌에는 젊은이들이 점점 사라지고, 고령의 농업인들만이 마을회관 등에 옹기종기 모여 한때나마 활기찼던 고향마을을 추억처럼 지키고 있다. 농업은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식량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가장 가치있는 산업 중 하나임에 틀림없는데 왜 그럴까?
오늘날 거대한 도시들은 기본적으로 석유·가스·전기 등 풍부한 에너지 공급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도시민을 먹여 살릴 엄청난 규모의 식량이 고도의 에너지 이용기술 때문에 육상, 해상로를 타고 쉽게 운송된다. 밥을 짓고 방을 데우는 데에도 밸브만 열면 바로 쓸 수 있는 도시가스들이 공급된다. 또 웬만한 면단위 인구 정도는 거뜬히 수용하는 고층건물들에서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순식간에 수 십층을 오르내린다. 그 덕분에 인구는 끊임없이 농촌에서 도시로 움직여 왔다.
한편으로 농촌도 에너지자원의 적극적 활용에 힘입어 갈수록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식량을 만들어낸다. 옛날 같으면 마을 앞 넓은 들판에서 수 십 명의 농업인들이 허리를 펴지 못한 채 고된 노동을 해야 했는데, 지금은 불과 한 두 명만 있어도 집 채 만한 농기계를 가지고 농사를 짓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됐다. 농업인들 중 상당수는 이미 읍면 소재지나 인근 중소도시에 거주하면서 농장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더 지속된다면 20~30년 후 쯤 우리의 농업과 농촌은 어떻게 되어 있을 것인가? 국가에서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우려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첫째, 농지의 규모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농지 중 대형농기계를 이용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면적은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약 60만ha).
현재의 고령농업인들이 은퇴하면 경사가 심한 소규모 땅에서 전업적으로 농사를 지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 3만 여 개 마을 중에서 아마도 절반쯤은 사라지고 없을 것 같다. 50~100호에 이르던 마을들이 겨우 몇 가구를 남기고는 폐허처럼 음산한 모습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셋째,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은 순식간에 황무지로 변한다. 잡목과 잡초들이 뒤엉켜 사람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그래서 사람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되면 그런 지역은 점점 더 외면받게 된다.
농업과 농촌은 국민 모두에게 중대한 공익적 가치를 제공한다. 식량안보, 국토환경의 보전, 전통문화의 계승, 인구의 균형적 배치 등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 중에서도 식량안보는 우리의 식탁을 온전히 다른 나라 사람들의 선의에만 맡겨둘 수 없는 절체절명의 문제이다.
그러나 이렇듯 중요한 농촌의 기능들이 경제적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공기 중의 산소를 마시면서 그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처럼. 사람이 그리운 농촌!, 과연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시장에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공익적 기능은 결국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다. 재정투융자가 불가피한 이유이다. 농촌에 정착하는 젊은이들에게는 기술과 자금이 효율적으로 제공돼야 하고, 중대형 농기계를 쓰기 어려운 농지는 기계화 농업이 가능한 수준으로 신속하게 경지정리를 해야 한다.
또한 이 기회에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지역을 대상으로, 그곳에 사람이 살 만큼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종합형 농촌직불제도를 만들어 보는 것도 미래를 대비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