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동반성장 정책의 부작용이 일반인들이 보기엔 전혀 상관없을법한 농업분야에도 나타나고 있다. 동반성장 정책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야는 다름아닌 국내 콩산업.
동반성장위원회가 콩 가공식품을 중소기업 적합품목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대기업이 국산콩 구매물량을 줄이면서 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9월 간장·된장·청국장 등이 대기업 확장자제 품목에 선정됐고 11월에는 콩 소비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두부가 확장자제(포장 두부시장) 및 진입자제(비포장 두부시장) 품목에 포함됐다.
이 때문에 풀무원·대상·CJ제일제당 등 식품 대기업에 납품되던 두부 원료용 국산콩의 판로가 막혀 산지콩값이 작년의 60~7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콩 생산자단체와 5만 국산콩 생산 농가의 주장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콩값이 떨어진 것은 풍작 때문이지 두부를 대기업 확장 및 진입자제 품목으로 지정한 것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관계 당국의 콩 생산관측 결과를 봐도 올해 콩 생산량(13만4000~14만1000t)이 작년(12만3000t)보다 최대 15% 늘어난 건 사실이고, 그 여파가 콩값 하락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두부 등 주요 콩 가공식품이 중소기업 적합품목으로 지정된 2011년 이후 식품 대기업의 국산콩 구매량을 보면 동반성장위원회의 해명은 왠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2011년 1만4216t이던 식품 대기업의 국산콩 구매량은 2012년 1만3259t으로 줄었고 올해는 작년보다 무려 28% 이상 감소한 9500t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콩은 10~11월에 수확돼 대부분 다음 연도에 소비되는 특성을 감안할 때 이런 추세라면 내년 국산콩 시장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식품 대기업들이 국산콩을 덜 쓴 탓에 2012년산 재고가 최대 2만t가량 남은 상황에서 올해산까지 소비가 부진하면 내년도 재고 상황은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주요 콩 가공식품이 중소기업 적합품목으로 지정된지 만 2년이 지나면서 콩 생산 농가의 주장대로 ‘대기업 국산콩 구매량 감축→재고량 증가→가격하락’ 등의 연쇄반응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자칫 콩 산업의 붕괴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농민들의 우려에 수긍이 간다.
물론 중소기업에서 식품 대기업이 줄인 물량 이상으로 국산콩 구매량을 늘린다면 농가로선 더 이상 바랄 게 없을테고, 재고 문제도 풀릴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소기업은 국산콩을 쓰는 대기업과 달리 두부 제조에 거의 전량 값싼 수입콩을 쓰고 있어 이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약자(중소기업)를 보호 하려는 동반성장 정책이 다른 분야는 몰라도 콩 가공식품을 중소기업 적합품목으로 지정한 것에 관한 한 또 다른 약자(농민)에게 ‘손톱 밑 가시’가 되어 돌아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은 콩이 주로 가공과정을 거쳐 두부·두유·장류 등으로 소비되는 특성을 간과하고 이들을 중소기업 적합품목으로 선정한 탓이 크다는 점에서 ‘오발탄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산콩 주력 구매자를 잃은 농민들은 지금 엉뚱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 국산콩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을 중소기업 적합품목으로 지정한 데 대한 시중 여론도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국산콩 생산 농민들의 손톱 밑에 박힌 가시가 더 이상 깊게 박히기 전에 동반성장위원회의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